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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씨 일가가 모여서 차례를 지냈다. 민창욱은 휠체어에 앉아 흐뭇하게 자식들과 손주들을 바라봤다. 차례가 끝나고 세배가 시작됐다. 이 집안의 대장은 민창욱이라 자식들이 먼저 세배하고, 손주들이 차례차례 세배를 이어갔다.
“오랜만에 손주들을 보니 기쁘구나.” 미국 워싱턴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TJ 그룹의 기대주 민유필. TJ 캐피탈의 장남 민웅필은 뉴저지에서 금융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었고, TJ 엔터테인먼트의 막내아들 민우필은 외고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민창욱은 민유필에게 힘을 실어 줬으나 지금은 민웅필과 민우필도 잘 성장하고 있어 든든했다. 세이프게임
또한, 손녀지만 민유진도 외국에서 공부를 잘하고 돌아와서 제 말을 잘 따르고 있어 마음이 흐뭇했다.
“아버지, 영빈관으로 가시죠.” “그렇게 하자.”

어른들이 영빈관으로 가고, 손주들만 남았다. 민유진은 율무 때문에 민필혁과 싸운 이후로 서먹서먹한 관계가 계속 유지됐다. 오늘도 민필혁은 시비조였다.
“직장 다닌다며?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네 성격에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게 용하다.” “신경 끄고 오빠 일이나 열심히 해. 신나리 이후로 변변한 가수도 나오지 않고 있잖아. 그렇다고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네가 상관하지 않아도 돼. 곧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거니까.” “여전히 입만 살아서 꿈틀거리네.” “뭐라고? 말하는 싸가지 봐라!” “싸가지? 너, 지금 말 다 했어?” 두 사람의 눈에서 불꽃이 튀자 민유필이 가운데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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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오랜만에 모였는데 왜 싸워. 설날이잖아.” “필혁이 오빠가 먼저 시비 걸었다. 너도 봤잖아.” “누나도 잘한 거 하나도 없어.” 민필혁도, 민유진도 동생들 앞에서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 뒤로 물러났다. 그때 민유필의 앞으로 민우필이 다가와서 물었다.
“유필이 형, 저는 어느 학교로 가는 게 좋을까요? 형처럼 워싱턴으로 갈까요? 아니면 웅필이 형처럼 뉴저지로 가는 게 좋을까요?” “네가 금융을 배우고 싶으면 뉴저지로 가고, 경영 쪽을 배우고 싶으면 워싱턴으로 가. 네가 하고 싶은 걸 먼저 생각해야지.” “고민을 해 봐야겠네요. 날씨는 어디가 좋아요?” “워싱턴이나 뉴저지나 한국 날씨와 비슷해. 적응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야.” 민유필과 민우필의 얘기를 듣던 민필혁은 심기가 불편해져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민유진이 혀를 찼다.
“자격지심이 있나 봐.” “그럴 만도 하지. 유학은 아무나 가는 게 아니니까.”

민성필이 끼어들자 민유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너는 잘 하고 있지?” “걱정하지 마. 미국에서는 여기처럼 살았다가 총 맞아 죽기 십상이야. 상담도 잘 받고 있고 문제없이 공부하고 있어.”세이프파워볼 민유진의 막냇동생 민성필. 중학교까지 애들을 괴롭히고 폭행해서 합의한 돈만 수억대가 나갔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나 싶어 국내 유수의 정신과 교수들을 만나 상담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민용기는 미국의 저명한 상담 치료사에게 맡겼고, 지금까지는 말썽을 부리지 않고 학교를 잘 다니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총 맞아 죽기 싫어서 폭력성을 감추고 있는지도 몰랐다.
“문제 일으키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할아버지 눈 밖에 나면 국물도 없으니까.”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전보다는 또렷해지고 온화한 눈동자. 민유진은 민성필이 안정됐다고 판단했다.
미래에 그룹 경영권을 두고 싸워야 할지 모를 경쟁자. 그녀의 동생 파워볼사이트 민유필이 장손에다가 가장 똑똑해서 차기에는 TJ 그룹을 지배할 가능성이 컸다. 막냇동생 민성필은 성격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계열사 어느 곳도 맡기는 힘들었다.
TJ 엔터테인먼트 민석기의 장남 민필혁은 개망나니고, 둘째 민연필은 공부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히피처럼 방황만 했다. 그나마 셋째 민우필이 가장 똑똑한데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라 어떻게 클지는 알 수 없었다.
TJ 캐피탈 민중기의 장남 민웅필은 스마트하고 생각이 깊은 데 반해 소심한 성격이 문제였다. 그래도 소심한 성격만 고치면 가장 위협적인 인물이었다. 차남 민재필은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성격이라 자리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고모네 두 아들은 지분이 없었다. 이미 민창욱은 제주도 호텔을 맡기면서 상속은 모두 끝이 났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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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차기 그룹 경영권은 민유필과 민웅필, 둘 중에 한 명이 차지할 거로 생각했다. 다크호스라면 고등학교 2학년인 민우필.
민유진은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웃겨 피식 웃음이 났다.
“유진이 누나, 궁금한 게 있어서요.” 민웅필이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아직도 이렇게 자신감이 없으니 성격은 쉽게 고치기 힘든가 보다. 나이도 세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데도 꼬박꼬박 높임말이다.
민유진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뭔데?”

“할아버지 건강이 많이 안 좋으세요?” “연세가 많으시니까 안 좋을 수밖에 없지. 걱정되니?” “네. 전에 뵀을 때보다 많이 안 좋아 보여요.”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 할아버지는 네 성적에 일희일비하시니까.” “그래야겠네요.”
저 안경테에 숨긴 욕망은 어느 정도일까?
민유진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민중기의 야망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기에 그의 아들 역시 영향을 받을 거라고 판단했다. 지금은 저렇게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얼마든지 이면을 드러낼 수 있었다.
할아버지 민창욱의 건강이 최근 더 안 좋아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민유진이기에 노력하고 있었다. 2년 동안 성실히 회사에 다니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사업체를 하나 차려 주겠다는 민창욱의 약속.
그래서 지금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도 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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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욱은 상석에 앉아 주위를 바라봤다. TJ 건설의 민용기, TJ 엔터테인먼트의 민석기, TJ 캐피탈의 민중기가 앞에 앉았고, 제주도에 있는 민영순은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다.
민창욱의 얼굴은 살이 빠져 주름이 부챗살처럼 퍼졌다. 먼저 장남 민용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건강은 어떠십니까? 요즘 몸이 수척해지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나이가 들면 저승사자를 만나는 건 당연하지. 아직은 멀었다.” “드시고 싶은 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이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아닙니다. 건강이 염려돼서 말씀드린 겁니다.” 민창욱의 사소한 농담에 민용기는 찔리는 게 있는지 움찔했다.
“황보철강이 부도났다는 소식은 다 들었지?” “네.”
“간도 큰 영감이야. 4조 원이 넘게 빌려 쓰다니.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 민창욱은 세 아들을 둘러봤다. 물론 여기서 가장 현명한 답을 할 건 민용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민중기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둘째 민석기는 헛소리나 하지 않기를 바랐고.
먼저 민용기가 대답했다.세이프파워볼


“연간 9백만 톤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제철소가 있으니 함부로 처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부 관료도 부도를 막기 위해 애를 썼다는 말도 있고, 연쇄 도미노 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으니 법정관리로 들어가서 매각할 대상을 찾을 거로 예상합니다.” “그래. 석기 생각은 어떠냐?” “부채가 5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누구도 선뜻 나설 수 없겠죠. 파산하는 게 맞습니다.” “중기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채권단에서 경영권을 포기하면 해결해 준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화의를 신청하기에는 정택수 회장의 태도를 보면 불가능할 것이라 저도 큰형님처럼 법정관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민창욱은 대답을 듣고 민중기가 많이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기야, 종금 설립하느라 돈이 많이 들어간 거 알고 있다. 황보철강 부도로 인해 곧 정치인들을 소환하고, 불법적인 대출 연결 고리를 찾아 처벌할 거야. 올해 대선도 있으니 예상보다 강도 높게 조사할 거다. 조심해라.” “알겠습니다.”
“용기는 어떠냐?” “이번에 오르내리는 정치인 이름에는 관련이 없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당분간은 움직이지 마라.” 민창욱은 이마의 주름을 쓸어내리고 다시 민용기에게 물었다.
“분당은 언제 분양하느냐?” “올해 말에는 가능할 것입니다.” “자신 있지?”
“네.”
“잡음 나오지 않도록 조심히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분당 아파트는 TJ 건설이 막대한 로비로 따낸 사업이었다. 서민용 임대 아파트를 절반 건립하기로 약속하고 수주했는데, 실제로는 10%로 축소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공무원에 거액의 로비를 벌였기 때문에 6년 전 수서 비리 사건처럼 얼마든지 터질 수 있는 뇌관이었다.
민창욱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 민중기를 바라봤다.

“나는 네가 제일 걱정된다. 황보철강이 좋지 않은 신호를 내보낸 거야. 대출할 때는 이자만 생각하지 말고 기업을 잘 평가하고 진행해.” “알겠습니다.”
“중소기업은 그만 사냥하고.” “네?” 파워볼실시간
어떻게 알았을까? 민중기는 자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단기 대출하면서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고 즉각 압류 행사로 이득을 취했다. 비밀리에 일했는데 그 사실을 민창욱이 알았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몇 건을 진행하지 않아서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문제가 없어도 나중에는 껍데기만 남을 수 있어. 황보철강이 망해서 하청업체들 줄도산이 예상되잖아. 그런 거 잡으면 고철 덩어리만 남는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민창욱은 민석기를 마뜩하지 않은 눈으로 쳐다봤다.
“너는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구멍가게 역할에 만족할 거야?”

“지금은 분위기 좋습니다. 곧 뜰 애들도 많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언제까지 유흥가 돌려서 유지할 거냔 말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다.” “지금은 다들 그렇게 합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다 죽는 거죠. 저만 죽겠습니까?”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하겠냐? 너는 다른 것보다 우필이 교육에 힘써라. 네 자식 중에 걔 하나만 쓸 만하다.” 민창욱은 민석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혀를 찼다. 그러다가 민용기를 보고 다시 물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어쨌거나 장남인 민용기였다.
“제주도 호텔은 잘 운영되고 있지?” “작년 하반기 실시간파워볼 부터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느는 추세라 안정적인 운영이 예상됩니다. 연말에는 객실점유율이 90%가 넘었습니다.” “영순이 걔가 면세점만 욕심이 없으면 참 좋은데. 그것도 병이야. 성격과 기질이라는 게…….” 민창욱은 말을 끊고 민중기에게 시선을 옮겼다.
“웅필이, 재필이는 왜 그렇게 사내답지 못한 게냐? 성인이 됐으니 좀 변화해야지. 아직도 소극적이야.” “점차 좋아질 겁니다. 노력 많이 하고 있습니다.” “웅필이 녀석은 참 똑똑한데 소심하니까 문제야. 쯧쯧…….” “더 노력하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민창욱은 마른세수를 하다가 세 아들을 번갈아 봤다.
“내가 죽으면 너희들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아버지,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아직은 건강하십니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중기야.” 민창욱의 흐린 눈빛이 선명해졌다.
“네. 아버지.”
“너는 형 잘 도와라. TJ 건설이 살아야 우리가 사는 거야. 건설로 사업을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건설이 잘 돼야 다른 사업도 진출하고, 손주 놈들에게도 사업체 하나씩 줄 수 있는 거야.” “네.”
“내가 왜 이렇게 돈을 벌려고 하는 줄은 알지? 우리 자손들이 대대손손 풍족하게 살게 하려고 그렇게 고생을 한 거다. 내가 남긴 유전자는 행복하게 살아야지, 고생하는 꼴 못 본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겠지?” “네.”
민중기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민창욱은 그의 눈빛을 보며 TJ 캐피탈로 만족하지 않을 거라는 야심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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