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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이 맞다면, 젖소는 이온캐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사실은 진궁과 케프가 머리를 모아 만든 계책에 방점을 찍었다.
“두 분이 해주셔야 할 게 있어요.” 메라를 등지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비밀스럽게 유리와 하마르에게 전달하자.
“괜찮겠니?”
“네.”
“당사자가 괜찮다면야.” “신성 놈들이 당황할 걸 생각하니 벌써 몸이 달아오르는구나. 하 하 하.” *
“얌마, 여기 맞아?” “아, 맞다고요. 시간 없어요.” 수백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의 선두엔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다. 흑발을 뒤로 넘겨 식물의 줄기로 동여 묶은 남성과 백발과 맨발이 인상적인 소년.
“형님, 저길 봐봐요. 이럴 때가 아니라니까는.” 【무능력화 종료까지 – 0일 0시간 29분】 상점으로 향하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한 저 시간은 신성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고 세 개의 세력이 탄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중에도 세가 큰 두 집단이 상점을 독점하기 위해 항상 젖소 주변에 머물렀고 당연히 전투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켈탄이 대장으로 있는 팀은 온갖 치졸한 EOS파워볼 전술로 상대의 전력을 깎아내고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하지만, 자원의 소모가 다른 팀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질 거라는 게 켈탄의 동생, 제로스피어의 의견이자 경고였다.
“알아. 그러니까 확실하게 하자는 거 아니냐.” “확실하다니까요. ……그렇게 의심만 하니까 초신폭하라는 소리나 듣지.” “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확 씨, 야. 다 깔까? 그냥 엎어?” “2주를 참아 놓고 엎자고요? 심사 통과하려고 제약 시술받은 건 어떻게 할 건데요. 보란 듯이 우승해서 알 카파에게 한 방 먹인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숲에서 걔들한테 당한 거, 복수 안 할 겁니까?” “그건!”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죠. 형님만 믿고 따라온 애들을 보세요.” 대신성으로 향하는 문 앞에 엎어졌다는 평을 듣는 켈탄이다. 대신성의 위치에서 내려다볼 땐 가소롭기 짝이 없으나 아기 신성들의 입장에선 대신성이나 켈탄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이 위대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신성들을 시야에 담은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표정을 관리했다.
“네 말이 맞다. 너무 흥분했어.” “뭐, 형님은 갱년기니까, 이해해요.” “…….”
“아니마 팀이 저 계곡에 있는 게 맞으니까, 얼른 써요.” 제로스피어가 눈짓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키자 켈탄은 품속 깊은 곳에 숨겨둔 물건을 꺼냈다.
【S701 콜 스위치 – 1회】 S701은 스텔스 폭격기가 떨어트리는 폭탄의 이름으로 위치를 지정해두면 5분 후에 상공 3km 밖에서 낙하해 착탄, 지면 30m 또는 강철 5m를 파고 들어가 폭발하는 무기이며 범위는 약 100m인 광범위 살상무기다. 거대 하마를 사냥하고 놈의 뱃속에서 얻은 수입품 교환권으로 상점에서 구한 물건.
후우.
켈탄은 버튼과 탄착지점을 번갈아 보다 옆에서 느껴지는 뾰족한 시선을 의식하곤, 숨을 멈추며 버튼을 눌렀다. 실시간파워볼
꾹.
“했어요?”
“어.”
“불똥이 튈지도 모르니까 넉넉하게 물러나죠. 아시겠죠? 지휘관은 항상.” “뒤에서 지휘해야 한다고? 알았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라.” 300m 이상을 물러났을 때, 하늘에서 소리 없이 무언가가 지상으로 떨어졌고 초목이 가득하던 푸른 계곡은 가루로 화해 황색의 공터가 되었다.
스트리밍으로 지켜보던 신성들도 파괴력에 놀라 격한 반응을 보였고 실제 눈으로 목격한 어린 신성들은 경악한다.
먼지가 어느 정도 사그라지고 시야가 확보되자 속성을 증명하는 단어들이 빽빽하게 떠오른다. 이에 켈탄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명령을 내렸다.
“애들아, 쓸어담아라!” “예, 형님!”


*

“아니마 누님, 슬슬 다른 터를 찾아보죠.” “뭐? 왜?”
“느낌이 안 좋습니다.” “여기 완전 꿀인데 두고 가자고?” 지층 한장 한장에 속성이 부여된 지대. 돌만 캐서 떼 내면 가치 있는 물건이 되는, 일종의 광산 같은 장소. 이곳을 발견한 아니마는 요새와 같은 지형 구조에 만족하고 아예 터를 잡고 출입을 통제했다. 식량과 생필품, 무기는 소수만 나가서 구해왔기에 전투 외적으로는 노출이 가장 덜 된 세력.
“어차피 보급도 해야 하니까, 잠시 나갔다 옵시다.” “이유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감입니다, 감.” 이 계곡과 광산을 찾아낸 게 저 녀석이다. 아니마는 그런 보좌의 감을 신뢰한다. 한 번 정도는 어리광을 받아줘야겠다고 생각하여 몸을 의자에서 일으켰다.
“나 참, 별난 녀석 같으니. 나가는 김에 정찰도 할 거니까, 조장급 다 불러와.” 여느 때와 달리 서른 명이나 되는 인원이 계곡 밖으로 은밀히 나왔다. 짐을 들기 싫은 아니마가 인원을 더 차출한 것. 그녀를 보좌하는 신성은 평소라면 만류했을 것이나 오늘은 어째서인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내버려두었고, 그 선택은 서른 명의 목숨을 살렸다.
콰아앙! 파워볼실시간
보급을 마치고 돌아오던 아니마는 심상치 않은 지면의 진동과 폭발음이 들리는 방향을 인지하곤 들고 있던 것을 모조리 팽개치고 계곡을 향해 달렸다. 계곡의 위에서 몸을 낮추고 아래를 살핀다.
켈탄의 부하들이 개미 떼처럼 벽과 바닥에 달라붙어 물건들을 줍는 광경. 다리가 풀린 아니마는 보좌의 손에 이끌려 숲으로 들어왔고 나무에 등을 기대자 무릎에 힘이 빠져 스르륵 무너졌는데 이때 옆에 있던 보좌가 팔을 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애들이 보고 있습니다.” “집이, 광산이…!” “누님.”
“우, 우리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자신에게 기대어오는 아이들의 눈에 약한 모습으로 비치기 싫었던 아니마는 다리 운동을 하는 척 굽혔다 펴기를 몇 번 하곤, 태연하게 웃었다.


“괜찮아. 약속은 변하지 않아. 세력 내의 누구라도 순위에 들면 보상은 머릿수대로 나눈다. 저기서 먼저 탈락한 애들도 다 챙겨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와!”
“대범하시다.”
“저 담담함은 집안 내력인가 봐!” 충격이었으나 보좌의 도움을 받아 그 자리에서 조직을 개편, 철저하게 숲에서 활동하기로 하고 대량으로 교환한 보급품을 무기로 돌리기 위해 상점으로 이동하던 중.
“누님.”
“왜, 또.”
울 것 같은 그 물기 어린 목소리에, 보좌는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이내 생각을 입에 담았다.
“빨리 움직여야겠습니다.” “…설마, 또?” “아니요.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추적이 붙은 모양입니다.” 입술을 씹은 아니마는 뒤를 돌아보며.
“상점까지 전속력으로 달린다. 적이 미리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투를 상정하도록.” “예!”
꿋꿋한 아니마의 모습에 기운을 얻은 신성들이 배에 힘을 주고 답하는 순간.

또 하나의 절망이, 누군가의 관자놀이를 뚫었다. 세이프파워볼
“엎드려!”
보좌가 아니마의 머리를 누르며 나무 뒤로 구른다.

아슬아슬하게 바닥에 박히는 탄두, 그것을 자세히 살핀 그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대물 저격총. 상점에 딱 한 정 있던 그것일 것이다. 최악의 교환비를 자랑하는 총기 항목 중에서도 가장 아래에 있는 물건.
총성이 울릴 때마다 반드시 한 명이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놀라운 건, 탄환이 날아오는 각도가 늘 변한다는 건데, 이동 거리가 심상치 않다.
계산상 한 발 쏘고 5초 안에 적어도 250m 이상을 움직였다는 건데. 그게 가능하려면 딱 한 가지 조합이 있긴 하다. 스트리밍에서 단숨에 스타가 된 플레이어.


헤일로.
그가 왔구나. 무작위 그룹에서 올라온 자신은 지층 생성 스킬의 제한이 풀릴 때, 그는 캐러반이라는 탈것을 꺼냈다고 들었다.
그라면 이해가 된다. 그 기동력을 살려 걸어서는 닿지 못할 장소에서 엄청난 양을 교환했겠지. 남은 인원을 열 명 남짓. 아니마는 한 명이 쓰러질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졌고 결국 숲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죽여! 나도 죽여 보라고오!” 발작하듯 보좌의 품을 벋어나 옆으로 튀어나간 아니마, 그녀를 잡기엔 늦었다고 여긴 보좌는 팔을 뻗는 대신 몸을 더 숙였다.
한참의 정적.
“갔나 봅니다.” 보좌가 안도하며 일어나 흙을 터는 때에, 아니마가 상점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탄두 뒤에 따라붙은 메케한 향이 장벽처럼 앞을 막 세이프파워볼 았다. 마치 그 선을 넘어오지 말라는 듯이.
*
“어머, 쟤는 걔 아니야?” “누구?”
“안녕이 좋다던 그 처자.” 유리가 저격총에 장착된 스코프를 분리해 운전석에 앉은 하마르에게 넘긴다. 멀리서 분한 듯이 발을 구르는 여성을 보곤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맞네. 나는 찬성이야.” “나는 반대야. 너무 어려.” “…신성인데? 그리고 어리면 좋지.” “인간으로 치면 이제 고등학생이야. 범죄잖아.” “안녕이가 좋다 그러면?” “그야…, 그렇지. 반대 못 하겠지. 자격이 없는 걸.” “…음.”
“하아, 안녕이 보고 싶다. 더 챙겨줄걸.” “옆에 있을 때 잘했어야지.” “인제 와서 어떻게 그래.” 아들을 아들이라 못 부르고, 부모를 부모라 못 부르는 세 사람.
“언제 같이 여행 가자고 해볼까? 이런 곳 말고 제대로 된 도시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될 거야.” “그럴까?”
“서로 데카는 되어야 여유가 나겠지만. 하 하 하!” “안녕이만 올라오면 되네. 우리는 곧 될 테니까.” “…자기는 언제 세이프게임 나 자신감이 넘쳐서 좋아.” “시끄러워.”
*
【무능력화, 해제】 상점 주변을 청소하는 게 작전의 제1단계라고 한다면, 지금 내가 젖소에 올라타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불특정 다수를 도발하는 건 2단계에 해당한다.
총기 열 정의 가치를 가진 보석과 장신구를 전신에 주렁주렁 걸고 메라 앞에 섰다.
“상점은 제가 독점하겠습니다.” “저를 아직 모르신다고요? 저 헤일로입니다. 헥사 페이지 플레이어 헤일로. 적어두세요.” “젖소 위에서 뭐 하냐고요? 타고 달리려는 거죠. 누구도 모르는 장소에 가서 묻어버릴 겁니다.” 실제 젖소를 타고 달릴 수는 있으나 일정 지역 이상을 벗어날 순 없었다. 아무래도 알 카파가 제약을 걸어둔 듯하다.
어찌 되었건, 신성을 사냥하는 두 분이 던전의 가디언이라 치면, 나는 던전의 보물이다. 신성 입장에서는 플레이어가 이렇게 설치면 코웃음 치겠지. 그게 핵심이다. 방심을 끌어내는 것.
그렇게 두 시간. 단 두 시간이었다. 서바이벌 섬에 존재하는 신성 전원이 내 주변에 모인 것은.

“플레이어 주제에 감히 우리를 능욕해?” “제약이 풀렸으면 자중했어야지.” “죽어라. 하찮은 인간.” 어린 신성들답다. 힘이 돌아왔다고 곧장 기고만장해서 날아오다니.
켈탄 소속의 간부들이 먼저 다가왔는데, 나는 눈알을 재빠르게 굴려 세력의 수장들을 찾았다. 상점에서 구한 탐색 주술이 달린 렌즈로 확인해본 결과 아니마와 켈탄은 아예 섬 안에 없었다.
칫.
역시 머리가 돌아가는 것들은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그래도, 이들이 내 주변에 모인 것으로 작전은 완성되었다.

이온캐논 스위치를 눌렀고, 효과는 즉발이었다. 다가오는 신성들은 하늘에서 내려꽂히는 푸른 빛 기둥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로투스홀짝 전신이 요동치는 이온에 의해 증발. 섬의 중앙을 관통한 광격은 보호 관련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 전 신성을 날려버렸고 그 결과.
【생존자 순위】
【1위 헤일로 – 786】 【2위 켈탄 – 253】 【3위 유리- 187】 【4위 아니마 – 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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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위 알퐁 호링 – 0】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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