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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지 않습니까. 그냥 포기하죠.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건, 랑프롯체 님께는 죄송하지만, 의미 없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이대로 포기하기엔 좀 찝찝하군요.” “저는 계속해보겠어요.” “저도요.”
“이 공연에서 멤마의 팬이 됐어요. 그의 남은 시간 동안 공연을 매일 보러 올 거예요.” “그거랑은 관계없는 이야기-” 공연?
“잠깐,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랑프롯체의 뇌리에 메인퀘스트를 하면서 지나가듯 들은 스킬 하나가 떠올랐고 그걸 입에 담자 유저들은 크게 놀랐다. 실시간파워볼
“발상의 전환이네요.” “해봅시다.”
“스킬 습득 조건이?” “아직도 클리어 되지 않은 이유가 있는 퀘스트죠. 우선, 마왕에게 제압당한 지역을 모두 해방해야 합니다.” 난감해 하는 유저들.
“저희가 힘을 합치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맞아요. 팀을 나눠서 섹터별로 클리어하죠.” “동시 진행해야 하는 퀘스트가 너무 많은데요.” “역할을 철저하게 분담하면 가능은 하겠습니다만. 기한이 아무래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죠?” 랑프롯체는 인터페이스의 달력 항목을 열어 체크해둔 날짜를 읊었다.
“라브라의 다음 우기가 끝나기 전까지입니다.” “해봅시다.”
“이렇게 된 이상. 뭐라도 얻어가야죠.” “아 참, 샤즌 길드는 미리 토벌해둡시다.” 랑프롯체는 은근슬쩍 친구에게 받은 의뢰를 목표에 얹었다.
“관련이 있나요?” “혹시 멤마 브로치가 샤즌에게 암살당하면 안 되니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지트 위치는 제가 아니까. 지금 가서 처리하고, 각 지역으로 흩어지죠. 브리핑은 그때 다시 하겠습니다.” 이 날. 라브라의 유일한 범죄길드인 샤즌은, 흔히 고인물이라 불리는 유저들에 의해 해산되었다. 아니마는 경연날 들었던 조언을 따라 아버지에게 돌아감으로써 일련의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악기를 챙겨 도주에 성공한 세 명이 있었으니.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각오해라 멤마 브로치. 쿠쿠쿠.” “야, 호델몬 빨리 와서 물기 닦아!” “앗, 예!”

*
-내가 멤마 브로치다. 세계에 의뢰한 것도 나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지금껏 플레이한 스크롤은 의뢰자의 흔적을 어렴풋하게 느꼈을 뿐 이렇게 대놓고 개입한 적은 없었다. 이런 게 가능했으면 그들은 어째서 지켜보는 걸 택했을까.
-내 혼의 대부분이 이 세계에, 스크롤에 묶여 있으니까.
스스로에게 제약을 걸어 플레이어의 스킬로 빙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내가 신성의 가호를 받지 못해 스킬 없이 시작했다면, 그는 내가 다루는 악기에 들어가 내게 접촉했을 거라고.
“자유를 희생해가면서까지 네가 바라는 건?” 짐작은 간다.
-안나와 애니. 그 둘을 찾는 것 말고 더 있겠나.
“가짜 안나와 애니를 봤을 때 실망했겠어.” -글쎄, 처음엔 그랬을지 모르지. 더 궁금한 건 없나? 파워볼실시간
지금과 같은 경험이 많았던 걸까. 답하는 멤마 브로치의 어투에는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궁금한 거라. 어찌 없을까. 측정불가 난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족은? 이 이야기 속에 머문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그만하면 포기할 법도 한데 어째서 남았는지.
묻지 않았다. 결국은 충족되지 못할 이야기들임을 안다.
“연습이나 하지.” 나의 최선은 어떻게든 많은 사람을 모아 부디 그 안에 안나와 애니가 있길 바라는 것.
-모처럼 맞는 말을 하는구나. 기타를 잡아라.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우기가 시작되기 3개월 남은 시점, 오래간만에 서기관의 목소리를 들었다.

[관객과의 호흡에서 얻은 경험과 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악기 연주의 레벨을 상승시킵니다] [Lv 4 악기 연주] [눈을 감고도 정확하게 코드를 쥘 수 있습니다.] [노력하는 재능도 재능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재능은 고통과 시간을 함께 가져갑니다. 당신은 재능 없는 자들의 선두주자로서 후발주자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힘내 주십시오. 우리 재없연 일동은 당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1. 정신 고문] [2. 손재주]
[*3. 퍼펙트 앵콜 : 완벽한 연주에 성공했다면, 특별한 노력 없이 한 번 더 반복하는 게 가능하다.] -글러 먹었어. 하나같이 쓸모없는 것들만 옵션으로 붙는군.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었으나 굳이 말하진 않았다. 애초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오늘은 비 오는 날이다. 일기예보가 떨어진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대기하던 이들에게 사소한 말다툼 때문에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프로가 아니다.
와아아아-
항수! 항수! 항수! 파워볼사이트
우리는 공연 중이다. 그리고 라브라에서 제일 가는 인기 밴드다.
*
“교수님, 저 죽을 거 같습니다.” 페스의 칭얼거림에 고개를 돌리니.
“행복해서 죽을 거 같아요.” 상기된 표정에 높은 톤의 목소리. 그는 아직 관객의 환호에 취해있는 상태였다.
“오늘이 최대 관객 수였다지?” “그렇습니다! 무려 7천 명이 오셨다고요. 비 오는 데!” 비가 오지 않는 평일에도 각 광장을 돌며 공연을 해달라는 시의 요청이 있었으나 어렵게 거절했다. 유독 비 오는 날만 수전증이 멎는 것도 있거니와 멤마 브로치의 부탁과 밴드의 컨셉을 위해서.
처음에 페스와 쵸쵸는 평일에도 공연하는 것을 바래서 둘만 행사 뛰게 돌리고 나는 집에서 쉬었다. 일주일 그렇게 하니 그들은 기진맥진해서 비 오는 날만 하게 해달라며 내 앞에 엎드렸다. 당연하다, 아무리 연주하는 것이 좋고 관객의 반응이 긍정적이어도 매일같이 보면 지겹기 마련. 게다가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다.

참, 무대 연출회의를 하다 우연히 이야기가 나와서 알게 되었는데 페스와 쵸쵸는 신성이다. 하지만 성력이 아예 없어서 대외적으로 네임드라 말하고 다닌다. 어느 날 술자리에선 자기가 너무 어려서 지성체가 들어설 환경을 만들지 못해 답답하다며 투덜대던 기억이 난다.
레스를 통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행성에 자아가 일찍 깃들면 이렇게 된다고 한다. 우주관리국에서는 고독사하는 어린 신성을 위해 멘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별들의 모험과 같은 게임이나 아더넷, 스크롤과 같은 놀잇거리가 바로 그것이다.
“밥 먹죠. 배고파요.” 쵸쵸가 꼬르륵거리는 배를 잡고 침을 삼키며 주방 쪽을 본다. 그의 시선 끝에 커다란 냄비가 걸린다. 저 안에는 아침에 간장 양념에 재워두고 간 여섯 마리의 닭이 있다. 네 마리는 쵸쵸 것이고 나와 페스는 한 마리 씩이다. 의식하니 코끝에 달콤짭쪼롬한 양념 향이 스친다. 냉큼 가서 손을 씻고 냄비에 물을 채워 버너를 켰다.
“저녁은 닭찜이다.” “예!”
“교수님 만세!” 보글보글
냄비 안쪽에 양념이 적당히 눌어붙었을 때쯤, 미리 삶아둔 감자를 넣고 볶듯이 간장을 묻힌 후 다시 물을 부어 두 번 끓였다. 간장이 매끄러운 닭 껍질을 통과해 야들야들한 속살에 몸을 뉘었을 때쯤.

버너를 끄고 냄비째 들어 식탁 중앙에 놓았다. 뚜껑을 열자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그 사이로 먹기 좋게 칼집이 들어간 여섯 마리의 닭이 모습을 드러났다.
“아아.”
쵸쵸가 참지 못하고 맨손으로 닭 다리 하나를 뜯는다. 앗 뜨거를 반복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로 살점을 물어뜯는 그때.
똑똑
“계십니까.”
손님이 왔다. 세이프파워볼
“누구세요?”


닭에 정신이 팔린 쵸쵸를 한차례 쏘아본 페스가 포크를 내려놓고 현관문을 연다.
“저는 셸퐁에서 온…, 식사 중이셨군요. 죄송합니다. 잠시 후에 다시 오지요.” 페스가 어떻게 하느냐는 눈으로 날 돌아보기에, 그럼 그렇게 하라는 말을 하려다.
-예술 도시 셸퐁의 행사부 부장이다.
행사부.
“괜찮습니다. 들어오시죠.” 접시와 의자를 하나 더 가져와 쵸쵸의 몫으로 덜어져 있는 닭 한 마리를 집게로 집어 가져온 접시에 덜었다. 쵸쵸의 슬픈 눈이 옮겨가는 닭에 고정된다.
“이렇게 환대해주시니 돌아가는 게 실례인 듯하군요. 그러면 염치불구하고 앉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밖에서부터 향이 아주 좋아서 군침이 돌았던 참입니다.” 말을 하며 소매를 팔꿈치 위로 걷어붙이고 언제 준비했는지 비닐장갑을 손에 낀다. 찜 요리를 제법 먹어본 모양새. 그 당당함에 어이가 빠진 페스와 쵸쵸는 서로를 바라보다 슥, 자기 몫을 닭을 가지고 옆의 소파로 이동해 허겁지겁 닭을 입에 쑤셔 넣는다.
“혀 위에서 녹듯이 사라지는 감자가 일품이군요. 직접 하신 겁니까?” “예. 공을 꽤 들였습니다.” 적당히 생색을 내며 대화를 잇다 보니 닭이 동나면서 식사가 끝났다. 불청객은 아쉬운 눈치로 쵸쵸 몫의 닭을 흘낏 보며 입맛을 다신다. 그리고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모종의 청결제로 입안을 헹군 뒤 내 앞에 섰다.

“다시 소개 드리겠습니다. 저는 셸퐁에서 온 행사부의 이밤비라고 합니다.” 이밤비는 중절모를 가슴께 붙이고 묵례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셸퐁에서 항수 밴드의 공연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가능하겠는지요?” “어렵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이 도시를 벗어날 수 없는 처지라.” “괜찮습니다. 그 부분은 저희가 해결하지요. 공연하는 것을 허락만 해주시면 됩니다.” “들어보겠습니다.” NPC가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흔한 일이다. 해서 유저들은 이 속박을 간접적으로 나마 해방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세이프게임
“홀로그램입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홀로그램 기술을 이 별들의 모험 세계관에 적용하기 위해 엄청난 물자와 시간이 투자되었다고 한다.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홀로그램 문화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서 낯설게 느껴지기는 합니다만, 공연이 시작되면 금세 날아가 버립니다. 오히려 현실에서 사용하기 힘든 연출효과들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어서 더 좋아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사흘 후에 와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아, 닭 요리는 정말 잘 먹었습니다. 언젠가 또 먹을 수 있으면 좋겠군요.” 이밤비는 나와 대화하고 현관을 나설 때까지, 닭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입니다.』 -셸퐁의 이밤비? 저 사람 유저아니에요? 예전에 별들의 모험 할 때 들어 본 거 같은데.
-저 사람 유명함. 지금도 도서관에 가서 검색하면 여전히 기록이 남아 있음.
-어떤 기록요?
-전설의 영업부장이라고, 에피소드가 꽤 있는데. 궁금하면 가서 보셈. 그보다 이밤비가 체면 깎아가며 닭찜을 요구할 정도면 엄청나게 맛있나 봄.
-하긴 초면에 밥 얻어먹은 거부터 좀 그렇지. 밖에서 알아챘을 텐데. 전설답지 않아.

-못 참을 정도였나 보네.
-헤일로를 초기부터 지켜본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임. 쟤는 요리 쪽은 타고났음. 라임 알지? 걔 원본이 되는 개체를 앞다릿살 구이로 사로잡았음.
-뭐야, 그거 재밌겠다. 어디 가면 볼 수 있어?
-헤일로 관련 영상에서 비공정이나 도플갱어 검색하면 나올 듯. 그거 재밌음. 정령계도 신기하고. 특히 옥수수 아파트에 사는 정령들 엄청나게 귀여워.
-오오. 감사.
-요리 관련 스킬 없는 거 맞나?
-확실함. 봐봐, 음악 스킬 밖에 없어.
-진짜네, 그럼 나중에 요리 스킬 얻으면 어떻게 되는 거?
-어떻게 되긴. 밥 해묵겠지.
-…그야 그렇겠지만. 너, 친구 없지?
-!
이밤비는 신성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유저였나보다.
“셸롱에서 공연하기 싫은 사람 있나?” 절레절레
그렇게 공연의 결정은 3초 만에 났다. 오픈홀덤
사흘 후.
“하겠습니다.”
“제안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브라와 셸롱에 비가 오는 날을 알아보고 다시 찾겠습니다.” “아니, 메시지만 주시면-” 쾅
이밤비는 듣지 않겠다는 양, 양념이 묻은 입을 닦지도 않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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