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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어! 잘했어!” 응?
“이뻐죽겠네!”
내 머리에 달라붙어 별 모양의 마법봉으로 볼을 쓰다듬는다. 세 명의 질투 어린 시선이 느껴져 윙을 조심스레 떼어내고 영문을 물었다.
“뭐가?”
“그야 랭킹 100위 안에 든 거랑. 애들 챙겨준 거지?” “당연한 일이다.” 협력체계는 2층에서부터 필요했다. 내 던전은 뽑기권을 사용하면 마법을 기반으로 하는 하수인이 즐비하여 돌진해오는 적을 당해내기가 어렵다. 사적단과 홀리링, 협회에서 주선해준 던전주들과 하수인을 교환하여 근접과 원거리 하수인의 균형을 맞췄다. 원하면 뫼비우스마켓에서 제공하는 트레이드를 이용할 수 있지만, 반드시 손해를 보는 구조라 상위 랭커도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윙은 한동안 우리를 갓난아이 대하듯 보듬고는 양반다리로 테이블의 중앙에 앉더니.
“다들 동의하지?” 뭐를?
“예, 누님.” 실시간파워볼
나 말고는 따로 이야기가 된 건지, 고개를 끄덕이는 사적단원들.
“헤일로. 너 먼저 내려가. 10위 안에 들자마자 가라고. 왜는 무슨 왜야, 우리는 한참 걸릴 거 같으니까 그러지. 누구라도 가야 정보가 개방될 거 아니야. 그래야 여기서 준비도 하고 그러지. 자원도 절반쯤 애들한테 기부하고.” 선발대 같은 개념이구만. 던전 개발이 거의 끝난 상황이니, 여분의 자원을 넘겨주면 되겠어.
“그러지.”

“어차피 마켓이 밀어주는 반 카디블 협회의 백업을 받고 있는 이상 탑텐 안에 드는 건 확정이야. 네가 실력이 처지는 것도 아니니 질질 끌지 말고 두 달 안에 내려가.” “그게 마음대로 되나.” “하루에 두 번씩만 배틀 뜨면 되잖아. 그리고 30위 아래로는 거의 다 포섭했다는 데 뭐.” 나는 처음 듣는 정보다.
“그걸 어떻게 알지?” “마켓에 관련된 정보는 이쪽이 훨씬 빨라. 됐고, 마시자.” “저, 윙님. 저희는 회의를 하려고 모였습니다.” 하마가 우물쭈물하다 작은 목소리로 항변했으나.
“방금 끝났잖아.” “아, 앗. 예.” 눈짓 한 번에 침몰.
윙은 내가 몸을 인간형으로 유지할 수 없을 때까지 마시고 나서야 돌아갔다.
‘하아, 석 달 뒤에 보자고 했는데.’ *
중간에 13위에 오른 홀리링과 만나 그녀가 항복했을 때는 감회가 남달랐다. 홀리링은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흐뭇한 웃음을 짓고는 내게 패배해 추락하는 카디블을 최하위까지 격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생각보다 최상위 랭커의 항복률이 높다 보니 어느새 카디블이 내 앞에 있는 상황까지 왔다.
“약속보다 빠르군.” “…그리됐다.”
카디블의 던전은 또 다른 세계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넓은 대지를 자랑했는데, 면적만 따지면 지구를 넘을지도 모른다. 이 안에서 모든 것이 자급자족이 되어서 전문적으로 던전을 연구하는 이들이 평하길, 앞으로 백 년 후엔 카디블이 확고부동한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그 정도로 던전 설계를 면밀하게 했다는 뜻.
드넓은 평야를 가운데 두고 망루 위에서 서로를 마주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
“전원 공격!”
아군 10만, 적 12만의 격전. 파워볼실시간
방어는 사이언과 마충을 믿고 공격에 올인. 간신히 숫자를 비등하게 맞췄다.

여섯 개의 머리가 달린 거인이 평야를 질주하며 아군의 최전방 부대를 헤집는다. 한 박자 늦게 우리가 자랑하는 마법, 구속의 구가 발동한다. 강한 하나의 개체를 처리하기 위한 속박계 마법으로 안에 갇히면 어지간한 물리력으로는 뚫을 수 없다. 마그누엘라 마저 브레스를 쓰거나 마도지식을 총동원해 역산하는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을 정도. 그러니 저런 최상급 하수인을 무력화시키는 건 일도 아니다.
놈을 상대하기 위해 아끼고 아껴왔던 두 개의 비장의 수 중 하나였기에, 카디블의 표정에 당황이 드러났다. 그리곤 검은 갑주로 전신을 가린 기사를 불러 따로 명령을 내린다. 망원경에 달린 확대 기능으로 당겨보니 관절 사이에 흐릿한 연기가 맴돈다.
‘저게 심연의 기사, 액시오스.’ 카디블의 왼팔이라 불리는 궁극 하수인이다. 무한 블링크로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강자만 처리하는 골치 아픈 녀석. 검의 달인이고 어떤 순간에도 목표를 놓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액시오스가 한 발을 내딛자, 단박에 아군 후방의 지원부대 중심에 나타났고 일합에 다섯의 수급이 잘렸다. 두 걸음을 밟아 마법부대의 시선을 교란하고 측면에 나타나 돌격하는 그때.
파즉
“흠!”
검과 갑주를 타고 올라오는 스파크를 떨쳐내며 뒤로 물러난다.
‘아볼크.’
“소인이 있는 한, 우리 부대는 손을 댈 수 없을 것이오.” 그리 점잖게 말하면서도 발은 재빠르게 놀려 토템을 박고 다닌다. 아군에게는 무해한 스파크 클라우드와 불을 뿜는 토템이 틈 없이 자리한다. 액시오스는 다양한 방향에서 돌입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았는지 고개를 돌려 다른 마도 부대로 이동. 검을 들어 올려 가까이 있는 마법사의 어깨를 베어 내린다.



칼날이 튕겨 나감과 동시에, 지면에서 주먹 형태의 푸른 화염이 치솟았고 청염이 사라졌을 땐, 붉게 달아오른 갑주가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칼을 튕겨낸 마법사는 가고일 사하임, 그는 말없이 재차 지면에 푸른 원을 넓혀나간다. 이에 다시 블링크로 사라져선, 망루 위의 내 앞에 나타난다. 파워볼사이트
“처음부터 목적은 네놈이었다. 헤일로.” “이런.”
조금만 밀려도 내게 항복하는 최상위 랭커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실력을 숨긴 것처럼 되었다. 카디블 입장에서는 내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러니 액시오스를 보낸 거고. 겸사겸사 나를 죽이면 좋고, 실패하더라도 기동력이 빼어난 액시오스이니 별일 없겠다 싶었겠지.

전술팀에서 이렇게 될 거라는 언질을 미리 들었던 터라, 나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최상급 하나 낚이면 성공이라고 여겼거늘, 궁극 하수인이라. 돌아가면 전술팀에 보너스라도 줘야겠구나.” “헛소리.”
놈의 흑검이 내 머리를 향해 최속, 최단 거리로 찔러 들어온다. 보자마자 직감했다, 몸을 움직여서는 피할 수 없는 공격이다.
‘요격.’
간신히 두 글자를 머릿속으로 되뇌는 게 고작이었으나, 그것으로 충분.
꼿꼿이 서 있던 망루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며 사라져 액시오스의 중심이 무너진다. 머리에 박혔어야 할 검이 정수리를 스쳤다. 느껴지는 속성을 보아하니 정화의 힘.
‘약점을 아는구나.’ “이깟 잔재주로!” 그 주인에 그 하수인이라더니, 말투가 어째 똑같다. 하긴, 보고 듣고 배운 게 그거니 당연한가. 놈은 허공에서 중심을 잡더니 세로로 세이프게임 양분하려 들었다.
“늦었다.”


겹겹이 쌓여 망루의 형태를 이루던 천 개의 ‘탄환틀’들이 은백의 탄환을 머금고 하나의 점을 향해 쏘아낸다. 이 탄은 시스에게 배우고 마그누엘라가 교정해준 ‘가속’마법이 걸려 있다.
초당 1만 발의 탄이 액시오스를 두드렸고 자체적으로 가진 물리 내성 덕인지 뒤로 밀려날지언정 관통당하진 않는다.
“하늘을 나는 용에게서 몸을 지키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아는가?” 흑검의 검폭을 넓게 변형 시켜 탄을 막아내느라 정신없는 액시오스는 내 물음에 답할 여유조차 없었기에, 그저 말을 이어나갔다.
“탄으로 막을 쳐야 한다네.” 액시오스는 10여 초를 버티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블링크로 도주하기 위해 시동 동작인 발구름을 했으나. 블링크는 발동되지 않았다. 표정은 없으나 행동에서 당황이 드러난다.
“궁금한가?”
조롱을 섞어 묻자.
“네놈이!”

“체내마력으로 마법을 다루는 개체는, 과인 앞에서 무력하다네.” 플레이어에겐 먹히지 않지만, 이곳의 하수인들에겐 쥐약인 마법. 시스는 모든 이의 마법을 차단하여 위기를 벗어나는 용도로 사용하나 나는 이렇게 공격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언젠가 윙이 그랬던가.
‘인간은 의지력으로 다 해 먹는 종족이야.’ 의지력으로 외부의 마나를 움직여 현상을 일으키는 종족. 즉, 이 전장에서 외부에서 마나를 가공해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한 개체는 드래곤을 제외하면 인간의 혼격을 가진 내가 유일하다.
전쟁을 시작하기 전부터 은밀히 퍼트려 놓은 ‘틀’로 마법진을 그리고, 전투가 시작된 후 혼란한 틈을 타 마력을 공급. 액시오스와의 결투로 카디블의 주의를 끌어당긴 바로 이 시점에.
“마력봉쇄진.”
전투가 멈춘다. 마력으로 하늘을 날던 하수인들, 주문을 외우던 하수인, 적의 칼날을 받아내고 반격하기 위해 손을 뻗던 하수인 모두. 전신에 감돌던 마력이 사라진다. 특히 액시오스 같은 마력으로 움직이는 하수인에겐 치명적.
고철 덩어리로 변해 바닥을 구르는 놈의 갑주를 걷어차고 이번엔 틀로 첨탑을 만들어 그 위에 섰다. 머리가 뻐근하고 눈앞이 흐리다. 압도적인 면모를 보이기 위해 무리한 결과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멈춘 전장이 내려다봤다. 아군은 미리 언질을 받았던 터라 당황하지 않고 단순한 육체의 힘 또는 장비의 힘을 빌려 적을 도살한다. 특히 아들렌이 절권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적의 무너진 진형만 골라 완전히 끊어내고 다닌다.
“이건!” 오픈홀덤
마력봉쇄는 던전배틀에서 금기나 마찬가지인 마법이다. 왜냐, 보는 사람이나 배틀을 하는 사람이나 재미가 없거든. 눈을 어지럽히는 화려한 스킬들이 난무하다 갑자기 쇳소리만 들리면 김이 팍 식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아니다.
“애시드, 마그누엘라. 끝내자.” “어.”
“응.”
드래곤.

개인의 역량만으로 마력봉쇄진을 무효화한 두 마법의 종주가, 하늘을 난다. 이어지는 장면은 일방적인 학살이자 단조로운 노동이었다.
브레스와 독과 마법이 전장의 좌우를 가르며 뿜어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카디블이 정신을 차리고 후퇴를 명령. 그때는 이미 절반이 넘는 숫자가 명을 달리한 후였다.
마력봉쇄진의 단점은 설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 번 발동하면 위치를 옮길 수 없다. 그러니 적이 등을 보이고 줄행랑을 치는 순간 마법진을 해제해야 한다. 진의 영역을 벗어나면 다시 마력을 운용할 수 있기에 아군에게 불리해지니까.


액시오스가 다시 힘을 되찾고 돌아오기에. 간이 마력봉쇄진을 급히 만들어 놈을 무력화시킨 뒤. 전장을 살폈다.
“아군의 피해는?” “사망자 3천, 부상자는 1만으로 집계됐어요.” 아들렌은 전장의 최전방에서 적을 상대하고 있기에 임시로 피에나가 내 옆에서 보조하고 있다. 그녀는 힐끔 액시오스를 보며 불안한 음색으로 물었다. 로투스바카라
“그런데 벌써 봉쇄진을 소모해도 괜찮을까요?” 비장의 수를 모두 소모했으니 걱정이 되는 모양.
“액시오스를 잡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궁극 하수인 한 명으로는 같은 궁극단계인 드래곤 둘을 절대 막을 수 없다.” “아.”
말이 끝나는 순간, 카디블 진영을 깊게 침투해 공격하던 그린 드래곤 두 명이 숨을 힘껏 들이마시더니, 같은 타이밍에 뱉어낸다. 몇 달 전부터 합을 맞춰보던 듀오 브레스. 저거 단순해 보여도 하나 더하기 하나 주제에 열의 힘을 낸다. 같은 그린 드래곤이라도 독과 산의 구성이 묘하게 달라서 증폭이 되는 모양.
끄아아악
저 먼 곳의 비명이 여기까지 들린다. 망원경으로 카디블의 얼굴을 확대해보니 나머지 궁극 하수인에게 저 두 용을 막으라고 명령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스터 리치, 호샨.
내게 승리하기 위해 그가 뽑은 최초의 하수인을 랭킹 2위에게 억대의 포인트를 주고 교환해왔다고 한다. 저 하수인의 특기는 사자소생과 마력 지배. 마법형은 마력봉쇄진에 매우 취약하다.
지금부터 활약을 한다는 건데. 글쎄.
화아아악!
안타깝게도 듀오 브레스 앞에 흔적도 없이 증발. 본래라면 라이프 배슬에서 순식간에 부활해야 하지만, 아마 소용없을 거다.
“왜 부활을 안 해!” 그 랭킹 2위는 정체를 숨긴 마켓의 주요 간부다. 협회의 이사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카디블이 자기를 찾아와 궁극 하수인을 교환하자기에 처음엔 헛소리 말라고 거절했으나 억대의 포인트를 준다는 말에 혹해 넘기는 척하며 가짜 라이프 배슬을 준 것. 지금쯤 호샨은 랭킹 2위의 던전에서 잘 부활했으리라.
망원경 너머로 애시드 레볼루션의 눈빛이 보인다.
‘끝낼까?’
그리 묻는 듯하여. EOS파워볼
엄지를 지면으로 향하게끔 내리꽂았다.
“안돼, 안돼에!” 16년째가 되는 달. 나는 랭킹 10위에 올랐고, 만인의 적이었던 카디블은 모두의 바람대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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