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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세라 쟈 드레이시. 당신과 계약을 원해요.
-계약요…? 저는 도플갱어인걸요. 진실의 거울을 보면 아시겠지만, 본체가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정령이라고요.
말하면서 눈을 질끈 감는 도플갱어 델라.
-알아요.
-알면 어째서!
-당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이 저기에 있거든요. 이리 와요.
-저 같은 사람요?
세라자드는 웃기만 할 뿐 답하지 않고 정령의 파워볼사이트알이 있는 둥지 앞까지 걸었다.
-대체 뭘 데려온 거냐. 저건, 저게 어떻게.
정령의 알 속에서 외치는 내 도플갱어가 말을 이었다.
-저 괴물 같은 정령력은 뭐냐!
-곧 당신과 하나 될 사람이니, 말을 곱게 하세요.
세라자드는 그리 말하고는 돌아서서 델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신의 자아는 보호해드릴게요. 저 도플갱어와 하나 되어 온전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세요.
-…아.
도플갱어 델라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를 계약의 승인으로 인지. 그녀의 발밑에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네임드:세라자드가 정령:도플갱어와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신성:바벨의 가호가 펜타페이지 플레이어:헤일로의 표면세계에 깃듭니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서기관이 추상적인 단어를 나열하는 건 처음이다.
‘바벨?’ 대모이자 정령성이라 불리는 신성.
‘정령도시가 아니라 내 표면세계에?’ [폐하, 신성 바벨이 지켜보던 것은 폐하의 세계였사옵니다.] 그야 그렇다만. 정령도시가 본판이고 나는 분기점에 불과한데.
[신성:바벨의 가호가 사후세계:정령도시에 깃듭니다.] 오!
[신성:바벨의 가호가 사후세계:엘리멘탈 시티에 깃듭니다.] [신성:바벨의 가호가 사후세계:사이킥 애니멀 시티에 깃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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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의로 생성된 페이지 위로 기록되는 문구들. 과거 레스의 속성을 고를 때 만큼이나 끝없이 스크롤이 내려간다. 파워볼게임
‘신성들이 같은 신성인 바벨을 존중하는 이유가 있었어.’ 옆에서 나는 헛바람 드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델라와 나타샤, 포겐이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나타샤는 당황하는 델라의 뒷덜미를 잡고 고함쳤다.
“광산 설치! 당장!” “아, 폐공장 지역 밀어버리고 설치할게.” 은초롱꽃 밖으로 나갈 때의 델라는 내가 본 그 어떤 비행물체보다 빨랐다.
“헤일로, 보아하니 너도 뭔가 받은 모양인데, 멍하게 있지 말고 얼른 뭐라도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렇게 광역으로 뿌려진 기운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거든.” 시선을 표면세계로 돌리자, 세라자드와 도플갱어 델라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 속의 도플갱어와는 강제로 계약했어요.
-크흑.
-시작할까요?
“해.”
-정령화. 도플갱어 델라, 저에게 오세요.
-으, 네.
델라와 합쳐진 세라자드의 모습은.
응?
처음에 정령계에 구멍을 열고 등장할 때의 그 모습이었다.
-들어갈게요.


어른이 된 세라자드는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을 손으로 눌러 가라앉힌 뒤 앞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낸다. 알에서 조금 떨어져서 세로로 긋자 잉크가 물에 번지듯 일렁이는 검은 선을 만들어낸다. 이후 뒷굽으로 가볍게 바닥을 치니 잉크가 좌우로 쭈욱 늘어나 문을 형상화한다. 마계에서 빛의 가루로 생성했던 그 주점의 문이었다.
세라자드가 손짓하니 문이 열리고 알의 내벽에 달라붙은 도플갱어가 눈에 들어왔다.

-할 거면 빨리, 컥!
-그래.
세라자드가 정령력을 가득 담은 발로 도플갱어의 정강이를 차고 녀석을 자신의 몸에 끌어넣었다.
[융합 발생.] [거대한 그릇 안에서 만난 두 정령은 다른 시간 속에서 서로를 이야기하고 서로를 복제합니다.] [영원한 수면을 취하던 도플갱어의 잠재의식이 눈을 뜹니다.] [손상된 기억이 복원됩니다.] -으읏.
세라자드의 신음.
“버거우면 포기해도 좋다.” 도플갱어의 공허를 해결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흘러가는 상황을 보니 심상치 않다.
-아직은, 해볼 만해요. 어차피 제가 흡수할 게 아니니. 외부로 빼서 더 키워보죠.
그리 말한 세라자드는 자신의 가슴 앞과 티아라의 보석에 손을 대더니 무어라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심장 박동처럼 확대 수축을 반복하는 빛 덩어리가 세라자드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걸 조심스럽게 알 속 중앙에 띄워놓고 밖으로 나온 세라자드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정령력을 빛 덩어리에 쏟아부었다.
[높은 밀도의 정령력이 기억 복원을 온전하게 완료시킵니다.] [융합 중인 두 정령의 정령력이 균형을 이룹니다.] [주변을 맴돌던 신성:바벨의 기운이 융합에 말려듭니다.] 마그네슘을 태울 때보다도 밝은 빛이 중앙에서 터져 나온다. 소리 없는 폭발. 눈을 가리며 시야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때에.
[대융합!] [전 신성 및 도시에 알립니다.] [3년 만에 대융합이 발생했음을 공지하며, 그 대상은.] 서기관이 말하다 마는 경우는 처음. 나와 나타샤, 포겐이 동시에 침을 삼켰다.
-정령왕님. 이름을 정해주세요. 이름을 받은 정령은 잠재력과 속성이 강해져요.

세라자드의 다급한 조언.
‘갑자기 작명하라고 하면.’ -어서요!
“라임.” 델라와 네임의 뒷글자를 땄다.
[정령:라임] [해당 정령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신성들의 접근을 미성숙한 표면세계의 의지가 차단합니다.] [몇몇 신성이 목격정보를 제공합니다.] [헤일로가 대융합의 간접적 수혜자라고 알려집니다.] [유행 발생!] [‘정령융합’이라 불리는, 오래전에 사장된 융합법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재조명됩니다.] [익명의 신성이 정령계 두 개를 합쳐보자는 발언으로 세간의 질타를 받습니다.] [아직 플레이어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신생도시 ‘아콰이아 시티’는 헤일로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일전, 산성을 몸에 들이부어 큰 화를 입었던 자가, 전 재산을 털어 도플갱어 두 명을 회유. 융합을 시도합니다.] [미쳐버린 고대의 도플갱어가 난동을 부려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뉴스가 보도됩니다.] [해당 세계는 재차 헤일로 시청 금지령을 내리고 헌터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부를 축적한 정령 엔트리파워볼 계에서 서른 명의 도플갱어를 끌어모아 강제로 합치는 비정령도적인 행위를 비밀리에 시행하다 발각되었습니다.] [신성:바벨이 몸소 강림하여 해당 정령계를 자신의 세계로 편입하고 규칙에 따라 주모자들을 엄벌하여 동료 신성과 신도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습니다.] 대융합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시간으로 전해져왔다. 시간의 흐름이 달라서인지 사건 경과의 속도가 엄청나다. 마음 같아서는 시간을 두고 찬찬히 읽어보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알 표면의 균열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곧 깨어질 징조. 이를 본 세라자드가 황급히 열어두었던 문을 닫으며 뒤로 물러난다.
파앙
공기를 때리는 소리가 표면세계 전역에 울려 퍼졌고 이에 마왕이나 모스, 자아들도 관심을 기울인다. 민들레가 만개한 꽃밭에 바람이 불었을 때처럼, 한쪽 방향으로 무수하게 비산하는 빛 알갱이들.
그 사이로 드러난 것은.

-고기.
네?
-고기 주세요. 그런 계약이었잖아요?
델라와 닮았나 싶다가도 어딘가 다르다. 익숙한 듯 낯선 얼굴.
[폐하.] ‘발언을 허한다.’ [폐하와 용안과 무척 흡사합니다.] 아, 그렇지. 도플갱어 중 한 명은 나를 복제해갔으니까, 당연한 결과다.
-계약은 저와 하지 않았나요. 부탁할 게 로투스바카라 저에게 말하세요.
-헤일로와 대화하는 중입니다. 끼어들지 마세요.
급변한 라임의 태도에 당황하며 뒤로 물러나는 세라자드.
‘기억을 복원했다고 했지?’ [예, 폐하.] 기억.
두 도플갱어는 자신의 기원을 떠올렸을까. 나는 한차례 생각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제가 인간으로 돌아가면 구워 먹죠.” -기대되네요.
“궁금한 게 많습니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당신은 누구죠?” 여러 의미가 함축된 질문. 그런 나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라임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라임이 양손으로 무언갈 잡고 바닥으로 내리치는 시늉을 하자.
-보리를 심던 농민이자.
밀짚모자를 쓴 노인으로 변한다.
-세계 7차 대전의 포병.
허공에 경례를 올려붙이며 발끝을 직각으로 모은 군인.
-블루 플레어 학파의 수장.
화려한 지팡이와 수정구를 손에 쥔 여성의 모습.
-마지막 노을을 지키던 용사.
-용마전쟁 시절의 블랙 드래곤.
-심해의 이름 없는 괴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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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수백 명의 모습으로 화한 도플갱어는 눈물점이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입가를 끌어당긴 뒤 부채를 부치는 시늉을 하며 윙크.
내가 움찔하자.
-펜타페이지 플레이어 헤일로.
나의 모습으로 변해 주포틀로 모스를 겨눈다. 망설임 없이 초당 3발의 대기포탄을 수십차례 발포. 이에 모스가 포효로 화답하고 포탄을 몸으로 받아내며 육체의 크기를 늘려 정령계로 수직 낙하.
-모스.
도플갱어는 모스로 변해 완벽히 같은 힘으로 이마를 들이받아 충격을 상쇄한 후.
-나.
사라졌다.
세라자드에게 어디 갔냐고 묻자. 세이프게임
-느껴지지 않아요. 계약자가 느낄 수 없다는 건 이상해요.
-당신은 저의 계약자가 아니에요. ‘정령, 라임’은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았으니까요. 대융합에 휘말려 계약이 사라지기도 했고요.
허공에서 라임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네요. 그럼 묻죠.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시간이 지나도 답이 없기에.
“제가 하는 질문이라 여겨주세요.” -세라 쟈 드레이시. 당신 바로 앞에 있어요. 다음 질문이 예상되어 미리 답하자면, 형체가 없는 의지의 덩어리가 우리의 기원이랍니다.
말을 마친 후에 다시 나와 델라를 합친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 라임.
-신비롭군요. 고대의 도플갱어는 전부 당신 같았던 걸까요.
-글쎄요.
라임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답을 회피한다.
-속성은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모양이네요. 여기처럼 어린 정령계는 제게 부여할 속성을 찾기 힘들 거에요.
추측하기 어려운 시간을 살아온 두 도플갱어에게 어떤 속성을 부여해야 할까.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로군요. 좋아요, 다른 질문을 할게요. 저는 당신들이 융합될 때 델라의 인격이 자리하도록 노력했어요. 그런데 지금 당신을 보면 제 의도대로 된 것 같진 않네요.
라임을 향해 한발 다가간 세라자드가 정령어로 물었다. 파워볼사이트
-라임, 당신은 델라의 인격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요?
오, 궁금했던 질문. 처음 날 보고는 고기를 달라고 했던 것을 보면 꽤 될 거 같은데.
-당신에겐 1% -그럴 리가!
-헤일로를 상대로는 95% 아하.
-사람에 따라 바뀌는군요.
-당연하죠.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나요?
세라자드는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바라본다.
궁금한 건 다 물어본 걸까.
[폐하, 라임의 무력을 측정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라, 직설적으로 물었다.
“라임, 당신이 가진 힘은 어느 정도죠?” -으음.
주변을 돌아보던 그녀는.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곳의 모든 개체를 상대로 하루는 버틸 수 있어요.
“버틴다? 파괴하거나 막는 게 아니고?” -정확하게는 내게 향하는 공격수단과 적의를 똑같이 돌려줘 상쇄하는 게 맞겠죠. 방금 모스의 낙하를 막은 것처럼요.

상대의 힘을 복제해서 받아치는 힘. 지극히 도플갱어다운 능력. 다만 들어보니 이 힘에는 제한이 따르는 모양.
-하루라고 제한을 둔 이유는 제가 아직 유아기라서 그래요. 주입받은 정령력은 전부 기억 복원과 대융합을 끌어들이는 데 발생에 소모되었고요.
의도적으로 대융합을 발생시킨 걸까.
“만약, 성장한 후라면?” 언제든지 머리를 때려 박을 심산으로 정령계, 엄밀하게는 라임의 정수리를 정조준하고 있는 모스와 저 멀리, 절벽 위로 발광하는 외뿔을 드러낸 악마, 몸을 낮추고 쉬쉿 혓소리는 내는 애시드 레볼루션을 돌아본 라임은 정령력으로 동그라미를 두 개 그려 위아래로 마주 붙인다.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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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군.
-붙자. 지는 사람이 근력훈련 보조해주기로 하고.
-키키키.
-농담이다.
물러설 줄도 아는구나.
‘이게 연륜에서 나오는 배려-’ 8을 그리던 동그리미 두 개가 옆으로 눕는다. 뫼비우스의 띠. 영원을 암시하는 기호.
-너희 정도면, 헤일로가 죽을 때까지 버티겠어.
사후세계에 죽음이란 나태의 최후에 도달하는 소멸을 말한다. 여행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인 내가 나태를 품기란 요원하다.
즉, 영원히 버틸 수 있다는 소리.
『그냥, 시원하게 붙고 서열 정리하죠?』 투기로 타오르는 정령계에서 줄곧 침묵과 중립을 고수하던 엑스트라 헤일로가 지친 어투로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왕들이 정령계로 넘어와 몸을 푼다.
쿠우. 쿠오아아와, 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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