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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화. 지방선거 (5)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시점, 중랑구 신내동. 파워볼사이트
이곳(중랑을)의 국회의원인 배홍근은 평화당 소속의 재선이었다.
그는 나름대로 건실한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야당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적도 있었고, 대변인을 지낸 적도 있었다. 평화당의 재선급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에 드는 경력이었다.
그는 불과 2년쯤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미래가 탄탄대로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주변에서도 그를 연신 추켜세우곤 했다.

배홍근 의원님 정도면~ 글쎄요? 정권 재창출하면 입각도 한 번 하셔야죠! 3선 때 원내대표도 하시고!

입각이야 지금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우리 배홍근 의원 도시계획과 나오잖아. 국토부 장관 갑시다아!
입각이니 원내대표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허허 웃으면서 얼버무리곤 했지만, 사실 배홍근 본인도 “나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지.”라고 자신하는 편이었다. 중랑구를 꿰차고 있으니 선수 쌓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봤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처럼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웃인 중랑갑의 권윤기 때문이었다.
권윤기가 재개발 이슈를 던지면서 중랑갑에 화려하게 강림한 이후부터 배홍근은 줄곧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권윤기가 그를 핍박해서? 딱히 그런 건 아니었다. 지역행사에서 만나면 적당히 눈인사만 하고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이였으니까. 같은 지역의 국회의원치고는 매우 소원하게 지내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으르렁거리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권윤기가 나한테 관심을 안 두는 거지.’ 그런데도 고통을 겪는 이유는 하나였다. 어딜 가든 유권자들이 권윤기라는 이름만 애타게 찾기 때문이었다.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파워볼게임
그는 오늘 선거운동을 하다 말고 지역행사, 그것도 중요도가 굉장히 높은 지역행사(공공의료원 응급의료센터 개관식)에 참석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배홍근 의원님. 혹시 권윤기 의원 안 오십니까…? 지방선거가 열흘 앞인데?” “하하. 제가 그분 일정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당이 다른데.” “당이 다른 게 문제가 되나요? 같은 중랑구 국회의원인데 당파 초월해서 소통하셔야지!” “…….”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원래 지역 현안을 공유하는 국회의원끼리는 당적을 떠나서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배홍근은 권윤기와 그 어떤 종류의 친분도 없었다. 심지어 개인 연락처조차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었다.
‘솔직히 내가 피해 다닌 영향이 크긴 하지.’ 권윤기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경쟁자인 안성교를 구치소로 보냈던 인간이 아니던가. 배홍근은 안성교의 급격한 몰락을 지켜보면서 “권윤기랑은 엮이지 않는 것이 답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 내린 판단을 후회하는 중이었다. “배 의원님. 혹시 권윤기 의원한테 말 한마디만 전해줄 수 있습니까? 사실 우리 큰애가 F-5 조종사거든. 그놈의 똥파이브 타고 비행하다 보면 불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래요.” 지역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인사가 배홍근을 붙잡고 건넨 말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권 의원한테 말해서 우리 아들 F-35 좀 타게 해줘!” “…….”
황망한 부탁이었다. 엔트리파워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삼촌뻘 나이의 노후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보다는 갓 출고한 신형 전투기의 조종간을 잡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그러나 이런 요구는 엄연히 군 인사 개입이었다. 어찌어찌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현역 파일럿의 아버지가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이런 청탁을, 심지어 권윤기와 당적도 다른 자신을 통해서 시도하다니. 유권자들이 권윤기라는 존재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거겠지.’ 황당한 부탁을 받은 배홍근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부탁을 건넨 양반에게 핀잔을 던졌다.
“그, 선생님? 자식 아끼는 마음이야 알겠습니다만 불법적인 부탁은 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이번에는 못 들은 셈 치겠습니다.” “불, 법? …아, 내가 부정 청탁을 했다 이 말씀이네요.” “그게 아니라.”
“아닙니다. 내가 잘못했네요, 잘못했어. 그냥 무지몽매한 놈이 저지른 실수려니 하고 눈 감아 주십쇼. 의원님.” “…….”
“무서워서 살겠나, 이거.” 얼굴 붉히면서 물러나는 상대를 그저 멍하니 쳐다본 배홍근이었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그는 자신이 실언했다는 걸 깨달았다. 대체 왜 자식 걱정하는 늙은 아버지한테 불법을 운운했을까.


물론 불법은 불법이지만 그렇게 따지면 아들딸 취업시켜달라고 청탁하는 수십 명의 후원자들을 전부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 맞았다. 뒤가 구린 부탁을 하는 유권자도 적당히 어르고 달래는 것이 지역구 관리의 기본이었다.
원래 배홍근은 그 기본기에 제법 능숙한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지역구 관리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조급해지는 느낌이야.’ 다들 권윤기가 중랑을이 아닌 중랑갑의 국회의원이라서 은근히 섭섭해하는 눈치였다. 덕분에 배홍근은 들러리 취급을 받고 있었다.
‘정작 권윤기는 중요한 지역행사에 코빼기도 안 비치는데 말이지. 이런 상황이면 오히려 반발이 일어나야 정상 아닌가?’ 배홍근은 머리에 열이 오르는 걸 느끼면서 힘겹게 표정 관리를 했다.
그리고 하필 그 무렵에 권윤기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 식순이 종료되기 불과 10분 전이었다.
슬슬 파투 분위기인데 뒤늦게 나타나서 분위기를 흩뜨리는 모습. 그러나 권윤기를 불청객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화색이 만연해서 반기는 이가 다수였다.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인사도 못 드릴 뻔했네.” “바쁘신 분인데 행사 좀 거르는 게 뭔 흠이라고~ 그런 말 마세요!” “아닙니다. 전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진행하시죠. 선거운동 하러 온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고.” 자신한테 몰려드는 사람들을 적당히 상대해준 뒤 제 자리에 앉은 권윤기였다.
그 옆에는 당연히 배홍근이 앉아 있었다. 원래 지역행사에서는 여당과 야당을 동등한 의전으로 대접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별것도 아닌 축사 순서 때문에 “나 무시하냐?”라면서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가 흔했으니까.
평소였다면 바로 옆에 권윤기가 앉는 상황이 부담스러웠겠지만, 오늘만큼은 배홍근도 권윤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배홍근은 권윤기를 똑바로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OS파워볼
“저기, 권윤기 의원.” ***
한 타이밍 늦게 참석한 지역행사.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걸어온 중랑을의 배홍근이었다.
“말씀하시죠, 배홍근 의원.” “이게 웬일입니까. 국제적으로 노시는 분이 이런 미미한 행사까지 다 오시고.” 끌어올린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심기가 불편한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웃 국회의원의 비위를 맞춰줄 생각이 없었다.
“미미하다뇨. 관내에서 가장 큰 병원의 응급의료센터 개관식이 왜 미미합니까. 전염병이라도 돌면 이곳이 지역의 치료거점이 될 텐데.” “그렇지, 그렇지. 제가 실언을 했네요. 근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다면 행사 시간을 준수해서 오시는 게 좋았을 텐데요. 감히 지적하는 건 아니고 권윤기 의원님이 늦게 와서 서운해하는 분이 많아서 말입니다.” “지방선거 지원하고 다니다가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는데, 마침 봉화산역 앞에 C급 게이트가 출현해서 말입니다. 교통 통제 때문에 불편해하는 분이 많더군요. 그거 급하게 처리하느라 좀 늦었습니다.” “…….”
이 말에 배홍근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왜 지각했냐고 따졌던 자신의 꼬라지가 우스워졌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중랑구와 그 인근에 출현하는 게이트를 등급 가리지 않고 최단 시간 안에 없애주는 것. 내가 지역구민들에게 사랑받는 비결 중 하나였다. 비서인 정아윤을 시킬 때도 많지만 내가 직접 처리할 때도 있었다.
배홍근의 표정에는 “애초에 말을 거는 게 아니었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는 한동안 멍을 때리더니 교통 불편을 빨리 해소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치레를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쫌생이가 될 것 같아서 억지로 한마디 뱉은 거겠지.
그러나 주변에 앉아 있던 귀빈들은 이미 그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봉화산이면 배홍근 저 인간 지역구 아니야? 자기 지역구에 게이트 출현하는 것도 파악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쪽팔리게 왜 저러는 겁니까. 쯧.’ 배홍근은 낭패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물론 저 양반도 명색이 정치인인 만큼 주변의 눈총이야 견딜 수 있겠지.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일시적인 무안함이 아니었다.
나 때문에 평화당의 세가 극도로 위축됐다는 것이 더 큰 걱정거리일 터였다.
지방선거가 열흘 남은 지금, 평화당의 지지율은 30퍼센트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보다 낮아서 20퍼센트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었다. 아무리 임기 말이라지만 20퍼센트 초반대 지지율은 굉장히 위험한 수치였다.
그렇다고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당적의 불리함을 극복해서 선전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대부분은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심지어 반등의 여지조차 없었다. 애초에 평화당이 뭘 결정적으로 잘못해서,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는 스캔들이 터져서 지지율이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냥 공화당에, 그리고 나한테 철저하게 처발리면서 무능하고 약한 정치집단으로 찍혔을 뿐.
외교부와 국방부, 행안부가 대통령보다 내 의중을 더 신경 쓴다는 소문이 도는 지경인데 5년 차 정권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반면 내 영향력은 선거운동 기간인 지금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신축개관식을 빛내주신 귀빈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를 통해 중랑구민, 더 나아가 서울시민 여러분의 건강을 지키겠습니다. 마침 여기 권윤기 의원께서도 와 계시지만…!” 마무리하는 와중에도 맥락 없이 내 이름을 끼워 넣는 상황.
그리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너나 할 것 없이 달라붙어서 나한테 얼굴도장을 찍으려고 했다. 물론 이해는 갔다. 주말마다 지역행사 열 개씩 치고 다니는 여느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달리 나는 지역에 뜸하게 나타나는 편이니까.
“권 의원. 배홍근 의원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한때 저 양반 후원회 활동했거든? 그런데 사람이 약간 쫌스러운 경향이 있어.” “그래도 중랑을은 잘 챙긴다고 들었습니다.” “딴에는 한다고 하는데 권 의원이랑 비교가 되나…? 그래서 이번엔 구청장이건 구의원이건 공화당 한번 밀어줄까 싶어! 당신 도와줄 사람 찍어줘야지.” “하하! 지방선거 때문에 온 거 아닙니다.” “맞으면서 뭘.”


이 와중에 중랑을의 배홍근은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하겠는지 내가 사람들과 인사 나누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로부터 소중한 뭔가를 빼앗아 가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싼 이들 중 태반은 중랑을 지역에서 사는 이들이었다. 심지어 평화당 당적으로 2000년대에 구의원을 지냈던 이도 끼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제쳐놓고 나한테 달라붙고 있으니 억울할 만도 하지.
물론 나는 배홍근을 위로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나한테 동정을 받아봤자 능욕으로 느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누굴 챙길 시간도 없었다. 내 정치적 기반인 중랑구 외에도 날 찾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나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수도권 후보들의 유세를 돕기 위해 나섰다. 로투스바카라
“창동차량기지 개발 지연으로 인한 유권자 여러분의 고통! 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당의 장기 집권을 끝내주신다면 제가 국회에서 힘껏 지원하겠습니다!” 노원구에서는 지역개발 공약에 힘을 보탰고.
“파주시에서 각성자 부대 유치를 강력하게 염원했던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파주시민들께서 조직하신 유치위원회가 협회까지 찾아왔다가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제가 파주시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파주시에서는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를 올렸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녹이려면 이런 모습도 가끔은 필요했다.
“괜찮습니다. 한 잔 주십쇼. …슬기요? 걔는 요즘 꽤 줄였습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멀다고 퍼마시더니 요즘은 주 2회로 줄였습니다. 물론 한 번 마실 때는 엄청나게 들이붓죠. 어제 전화했는데 탕수육 대짜에 40도짜리 소주를 마시고 있더라구요.” 저녁에는 남양주시에서 길거리 유세를 돕다가 직장인 여럿에게 붙들렸고, 그들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기까지 했다. 내가 반가워서인지 아니면 슬기처럼 말술일지 궁금해서 주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술 권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저녁에 선거운동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이 바로 유권자들의 권주였다.
민폐 끼치면서 인사 올리는 주제에 거절하기도 뭣하고, 순순히 받아마시자니 술 때문에 체력이 축나고 건강이 쇠약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걱정할 일이 없었다. 조금 취한다 싶을 때마다 마력으로 술기운을 몰아내면 그만이니까.
“저, 권윤기 의원님. 너무 넙죽넙죽 받아드시면.” “괜찮습니다.”
나는 실시간으로 해독을 했고, 겸사겸사 축난 체력도 회복했다. 저녁에 링거 맞아가면서 강행군을 감수하고 있을 정치인들한테는 내가 무슨 게임핵을 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공선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중이었다.
힐러인데 정치 만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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