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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을 향해(2) >
모든 정보를 공개하자 엄청난 충격에 빠져든 각성자들.
이미 식량을 선물 받았을 때의 환한 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휘관들이 하얗게 탈색된 표정으로 멍하게 서로를 돌아본다. 커다랗게 두 눈을 부릅뜬 채 테이블에 머리를 파묻거나,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이도 있었다.
그래, 이해한다. 엄청난 충격이겠지.파워볼게임
“헤, 헬레스티아에 관한 건 알고 있었지만······.” “거, 거짓말! 거짓말이야! 난 도저히 못 믿겠어!” “은하 스트리밍과 시련이라는 것들이 전부 두 차원의 충돌을 주관하는 시스템이라고?” “성좌들이시여! 여기 정우현씨의 말이 모두 사실입니까? 정말로 차원 충돌 이후에 시련이 소멸됩니까? 사실이라면 어째서 저희들에게 이에 관한 진실들을 말씀해주시지 않은 겁니까?” “마, 말도 안 돼. 이딴 건 정말로 말도 안 된다고.” “결국 탈출하지 못한 모두가 죽는단 소리잖아?” 모두들 반박이라도 하듯 나를 향해 질문을 던져온다.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납득시켜주자 다들 머리를 움켜쥔다.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긴 이도 있고, 머리를 벅벅 긁어대는 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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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괜찮다. 이곳이 더 아래였다면 멘탈이 무너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곳은 이미 헤카무트 시련의 80계층이니까.
그리고 당연히 구제책도 가져왔다.
현재 메르헤스에 발이 묶인 존재들.
위를 갈망하는 각성자들을 위해서.
“여러분들이 지금 이 순간 어떤 심정일지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모든 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으니까요.
분명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절망적일 겁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십시오. 조금만 더 나아가면 100계층이 코앞에 있는 상황입니다. 즉, 어떻게든 발버둥 쳐서 헤카무트 시련을 탈출하고 차원 전쟁에서 승리하면? 바로 저희들의 손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시련 속 각성자들을 몽땅 구해낼 수 있습니다.” “후. 자네는 이곳의 선별 퀘스트가 어떤 건지 전혀 모르는군.” 총지휘관인 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를 응시한다.
음울함이 깃든 표정에서 그가 여태까지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왔는지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과거에도 이미 이곳의 사람들을 만나봤으니까. 그리고 그 때는 파티 자체를 결성할 수가 없어서 혼자 지옥 속을 뚫고 81계층으로 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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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누구보다도 더 잘 압니다.” “안다고? 그걸 아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해?” “제가 80계층 전체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뭐?”
“대신.”
여기서 부터가 몹시 중요하다.
과거에는 나 혼자서 탈출한 곳.
귀환율 제로 퍼센트 헤카무트.로투스홀짝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말론자 놈들과 세상 곳곳에서 설쳐대는 빌런들만으로도 충분히 골치 아프니까. 헤카무트 시련을 클리어 할 만큼의 실력자들을, 종말론자 놈들에게 빼앗길 생각 따위는 없었다. 공략자의 숫자는 늘리되 주도권은 내가 쥐고 가야 한다.
“만약 제 도움으로 80계층을 벗어날 경우. 장차 지구로의 귀환에 성공할 경우. 결코 아우레스 차원의 적이 되지 않겠다고 맹세해 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좀 더 나아가서 지구로 나가면 이 정우현을 지지하겠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헬레스티아 차원과 맞서 싸우겠다고 <영혼 계약>을 통해서 정식으로 맹세해 주셔야겠습니다.” 신언(神言)이 신적인 존재들을 옭아매는 사슬이라면?
영혼(靈魂) 계약은 반신 이하의 존재들을 속박할 수 있는 강력한 주술 계약, 그리고 언령 계약의 일종이었다. 물론 이것 역시 카르마 시스템에 근본을 두고 있다는 점은 신언과 일치하지만. 실제로 각성자들간의 계약에서 이보다 더 효율적으로 타인을 옭아매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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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지구에 귀환한 뒤를 논하다니?” “그럼 정말 80계층을 정리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도,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상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설명은 드릴 수 없지만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니, 아예 이 항목을 영혼 계약의 내용에 추가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80계층 정리에 실패하면 영혼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해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성공하면 계약의 조건에 따라 헬레스티아 쪽과 맞서 싸워 주십시오.” 서로를 쳐다보는 각성자들의 얼굴에 희열이 감돈다.
내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귀환자들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은 없을 것이다. 여차할 때도 자신들에겐 아무런 손해조차 없게 느껴질 테니까. 또한 이들은 종말론자들의 사상에 관한 것도 아직까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터였다.
놈들의 생각을 알고 나면.세이프파워볼
헬레스티아의 힘을 이해하면.
분명히 배신자가 나오겠지만.
괜찮다.

시기상 내가 헤카무트의 시련에 들어오기 직전까진?
인류의 배신자 놈들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이곳의 각성자들은 종말론자들과는 무관계 할 수밖에 없었다.
즉, 미래에 타락할 위험성이 있는 이들을 지금 이 순간 영혼 계약을 통해서 아군으로 확보해두면? 차원 충돌 이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당연하지. 그렇게만 해준다면 모두가 자네를 지지할 걸세.” “정말로 80계층을 정리해주신다면 당신은 저희들 모두의 은인입니다.” “어차피 헬레스티아가 모두를 죽이려 들 게 아닙니까. 맞서 싸우는 것만이 정답 아닙니까?” “무슨 생각을 지니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런 조건만으로 80계층을 정리해주시는 겁니까? 그래서야 정우현씨에게는 별다른 이득이 없지 않습니까.” “더 많은 걸 요구하셔도 충분할 텐데요.” 모두를 향해서 차분하게 웃음 지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귀환 이전이었다면?
당장에 물질적인 것을 요구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충분히 풍요롭다.
이제 중요한 건 지구로 나간 이후다.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앞으로 많은 걸 요구할 겁니다. 여러분들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다만 헤카무트 시련 속이 아니라 바깥세상에서 말이죠. 제가 여러분들을 도우기 위해 많은 걸 준비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
80계층 각성자들과의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휘관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알린 후 사전 작업을 마치고, 곧바로 엘린에게 인과율의 자식들의 능력을 사용해줄 것을 부탁했다.
전이 계층. 그녀가 30계층 사람들을 29계층으로 대피시켰던 그 때처럼, 이번에도 79계층으로 이어지는 <전이 공간>을 형성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를 아래층으로 보내겠다고?” “시, 시련을 거꾸로 내려간단 말인가?” “미친.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 거죠?” “일일이 설명할 시간은 없습니다.” 79계층은 29계층과는 달리 카운팅이 활성화된 장소.
즉, 서두르지 않으면 기껏 대피시킨 각성자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루어질 80계층의 모든 작업을 48시간 이내에 끝내야만 한다.
그렇게 모든 각성자를 아래층으로 보냈다.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는 데는, 영혼 계약의 힘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엘린. 혹시 모르니 너도 내려가 있어.” “대장은요? 설마 버틸 생각은 아니죠?” “나도 내려가야지. 작업한 다음에.” “알겠어요. 그럼 조심하세요.” 엘린까지 모두가 사라진 걸 확인한 후 자리를 옮겼다.
장막을 벗어나 곧바로 80계층의 정중앙에 위치한 아탈라르 신전으로 향했다.
맞다. 이곳 계층의 괴물들은 시련 속 그 어떤 장소의 괴물들보다도 더 강력하다. 괜한 소리가 아니라, 전투력만 보면 거의 100계층 직전의 괴물들과도 맞먹을 정도다.


먼 과거에 신이 죽음을 맞이한 장소.
헤카무트에게 처형당한 성좌 아탈라르.
계층 자체가 그 파편에서 비롯되었기에.
이곳의 괴물들은 신성을 지니고 있었다.

끼에에에엑!
끼아아악!
그 순간 나를 향해서 번개처럼 도약해 오는 괴물들.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난 스피드에 소름이 돋는다.
장담하는데 기억을 되찾기 이전의 내가 지금의 스탯으로 방금 전의 공격을 받았다면? 단 한 방에 떡실신 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역시 80계층의 괴물들은 지금의 나에게도 충분히 위험한 존재들이다.
“상태창.”세이프게임
<플레이어 스테이터스>

  1. 이름(Name) : 정우현 2. 레벨(Level) : 1308 New!
  2. 국적(Nationality) : 대한민국 4. 성향(Disposition) : 중용, 혼돈 5. 클래스(Class) : 군주(君主) New!
  3. 고유 특성(Personality) : 전설적 수집가(Legendary Collector) New!
  • 강화된 특성 스킬 : 관찰(observe) New!
  • 강화된 특성 스킬 : 수집(collect) New!
  1. 능력치(Status) – 프리 스탯 : 12278 (레벨업 10358 + 클리어 보상 1920) New!
    근력 : 612 / 민첩 : 1216 / 체력 : 236 / 마력 : 31 방어 : 148 / 직관 : 165 / 집중 : 107 / 특화 : 103 별 수 없이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30계층 이후론 단 한 번도 능력치에 의존하지 않았었다.
    낮은 능력치를 유지하는 대가, 파티 플레이의 경험치, 상대적으로 많은 활동량까지.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하는 게 최종 목표였기에, 계속해서 의도적으로 공략이 힘든 상태를 적절히 유지하며 여기까지 기어 올라왔다.
    하지만.파워볼게임
    80계층에서의 임무를 완수하려면 이것으로는 불안했다.
    맞다. 이번만큼은 이제까지와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또한 이 다음에 있을 90계층대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이쯤에서 프리 스탯의 일부를 능력치에 분배할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참 나도 미쳤지. 결국에 프리 스탯을 12000대까지 끌어 모으다니. 이건 다른 각성자들이 보면 완전 기절하겠는데.
    물론 여기에는 성장 보상.
    퀘스트 클리어로 추가된 보상.
    스탯과 관련된 기물의 보상.
    세 가지가 합쳐져 있었다. 끼아아아악!
    꿰아아아악!
    미친 듯이 나를 향해 공격을 퍼부어 오는 괴물들.
    계속해서 숲 속을 전진하면서 그 와중에 상태창을 정리했다.
    그래. 아직은 100층까지 더 가야하니까. 모든 스탯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는 딱 2278만 쓰자. 이 정도면 마지노선이다. 남은 스탯을 1만을 맞춰두면 모든 게 깔끔할 것이다.
  2. 능력치(Status) – 프리 스탯 : 10000 근력 : 1112 / 민첩 : 1716 / 체력 : 236 / 마력 : 109방어 : 148 / 직관 : 665 / 집중 : 607 / 특화 : 303 민첩, 근력, 직관, 집중에 각각 500씩을 투자했다.
    278 스탯을 마력과 특화에 나눠서 찍어주었다.
    마력은 사실 차원검을 사용하는 나에겐 큰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마력 요구치가 높은 스킬을 얻었을 때를 대비해서 투자한 것이었고, 특화의 경우에는 군주 속성의 성장과 고유 특성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투자했다.
    쾅! 로투스홀짝
    스탯을 찍자마자 번개처럼 바닥을 박차고 뒤로 대쉬했다.
    나에게 따라붙은 괴물 두 마리에게 순식간에 접근하며 차원검을 휘둘렀다. 이제 민첩 값이 500이 올랐으니 스피드 측면에서는 이놈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순식간에 한 놈의 목을 쳐내고 회전하며 두 번째 놈의 목도 잘라내어 버렸다.

‘존재력도 오르네.’EOS파워볼
괴물을 베자 내 몸 속으로 흡수되는 새하얀 순백의 입자.
역시 신성을 지닌 존재를 베면 존재력을 키울 수 있다.
물론 반드시 베지 않아도 반신 <라얌>을 굴복시키고 약간의 존재력을 얻은 것처럼, 다른 방식으로 카르마 시스템의 인정을 받으면 존재력을 함양할 수 있었다. 잠시만.
또 공격이 온다.
콰콰콰쾅!
그렇게 괴물들과 맞서며 계속해서 아탈라르 신전을 향했다.
됐다. 약 30여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빠르게 왔다.
망설임 없이 <무한의 가방>을 꺼내어 <천광룡의 알>을 꺼내어 바닥에 놓았다. 검 끝으로 알을 톡톡 건드려 껍질에 금이 가게 만든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전 근처를 벗어났다.
“”그럼 80계층 청소 잘 부탁해.””
끝을 향해(2) 끝.
-by 서필(徐筆)
< 끝을 향해(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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