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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세상은 연하장의 한 페이지처럼 하얗게 채색됐다. 나는 툇마루에 서서 멀리 산을 바라봤다. 흰옷을 입은 산 위에 소복소복 내리는 함박눈이 예뻤다.
내 감성을 깨는 소리.
“김율무! 눈 쓸어!” 마당에서 눈사람이, 아니 눈을 뒤집어쓴 둘째 형이 빗자루를 들고 힘겹게 싸움하고 있었다. 돌담 아래부터 길을 내면서 마당 앞까지 왔지만, 뒤는 다시 눈으로 덮였다.
나는 둘째 형의 고단한 눈 치우기를 같이 감당하기 싫었다. 파워볼사이트
눈이 오면 해야 할 놀이. 생각은 그것 하나였다.
나는 옷을 대충 입고, 창고에서 비료 포대에 볏짚을 넣었다.
“야! 눈 쓸고 가.” “어차피 계속 올 거야.” “김율무!” “다음에는 내가 할게. 오늘은 형이 해.” 나는 둘째 형의 투덜거림을 무시하고 영태네 집으로 뛰었다. 이심전심, 눈이 오면 마음은 똑같았다. 영태도 비료 포대를 들고 나왔다.
“능주는?” “가 있을 겨.” 능주는 일종의 선발대였다. 산 아래 살고 있어 먼저 올라가서 길을 내고 있을 게 분명했다.
“잠깐.” “이?”
“소라 집에 갔다 올게.” “그려.” 영태를 먼저 보내고 나는 소라를 부를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 서울에서 왔으면 비료 포대를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놀이라 소라에게 꼭 알려 주고 싶었다. 대문 앞에 도착해서 이름을 불렀다.
“정소라! 정소라!” 문이 열리며 소라 할머니가 나왔다. 나를 알아보고 손에 들린 비료 포대를 봤다.
“산에 가는 겨?” “네. 소라랑 같이 놀 수 있어요?” “글씨. 잠만 기다려.” “눈 치워야겠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삽을 들고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웠다. 이렇게라도 해야 할머니가 소라를 보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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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혀?” “눈 치워야죠. 얼면 미끄러워요.” “냅둬.” “괜찮아요.” 할머니가 마루에 올라가 방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 나는 기도했다. 같이 놀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서 거부당했을 때 상심을 감당하기란 끔찍했다.
마당을 다 쓸었을 때 두꺼운 점퍼에 털모자를 쓴 소라가 나왔다. 손에 낀 꽃무늬 벙어리장갑이 귀여웠다.
“안녕. 할머니가 가도 된대.” “가자.” “율무야, 소라 잘 보살펴야 혀.” “네.”
난 씩씩하게 대답하고 소라를 데리고 나갔다. 비료 포대를 본 소라가 눈을 깜박였다.
“이게 뭐야?” “비료 포대 타는 거 몰라?” “몰라.” “서울에서는 안 하나 보네. 재미있으니까 기대해.” “미끄럼틀 타는 거랑 비슷해?” “그런 거야. 빨리 가자.” 이미 마음은 산에 도착했다. 빠르게 걷자 산 초입에서 비료 포대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이 보였다. 중턱 아래 있는 능주가 손을 흔들었다.
아, 골칫덩어리 미애가 비료 포대를 타고 내려와 내 앞에 섰다. 그녀는 소라를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네가 서울에서 놀러 온 친구구나. 나는 미애야.” 붙임성도 좋네.
“정소라야. 반가워.” “율무야, 나랑 능주랑 길 냈어.” 나무 사이로 휘어진 길. 마지막 지점에는 볏단을 깔아 놓아 다치는 걸 막았다. 작년 봄, 녹지 않은 눈 위에서 경호가 비료 포대를 타다 멈추지 못해 정차한 경운기에 머리를 박아 다친 적이 있었다.
“잘 만들었다. 볏단 잘 세웠네.” “내가 똑똑한 편이야.” 그렇다고 치자. 나는 속으로 되뇌며 소라를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30m 정도 올라가면 출발 지점이 있었다. 나는 소나무 사이에 쌓인 눈을 발로 밟아 편평하게 만들었다.
소라는 아래를 보고 벌벌 떨었다.
“무섭다. 여기를 어떻게 내려가?” “처음에만 무서워. 두세 번 타면 괜찮아.” “너무 무서운데.” “나를 믿어. 거짓말 아니니까.” 옆에 선 능주가 거들었다.
“나가 타는 거 봐. 끝을 잡고 다리를 올리면 쭉 내려가는 겨.”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능주의 뒷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환호성이 건너편 산까지 도달해 메아리로 돌아왔다. 소라는 아직도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섭다.” “별거 아녀.” 양춘이가 비료 포대에 앉으면서 히쭉 웃었다.
“신나게 타는 겨.” 양춘이는 또 망할 놈의 노래를 부르면서 탔다. 시끄러워 죽겠다. 밑에 도착한 양춘이가 손을 흔들면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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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녀!” 나는 소라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다 잘 타잖아. 처음만 무섭지. 한 번 타면 정말 별거 아냐.” “무서워.” “그러면 내 뒤에 타서 허리를 잡아.” “응.”
내가 먼저 앉고 소라가 뒤에 탔다. 부드러운 촉감에 향기로운 냄새. 기분이 좋았다.
“출발할게.” “응.”
“야호!” 나는 발을 지치며 출발했다. 소나무 사이를 가르며 질주하는 비료 포대는 두 사람의 무게로 속도를 높였다. 소라는 무서운지 내 등에 머리를 파묻었다.
마지막 소나무를 지날 때 발을 바닥에 대고 속도를 줄였다. 두 사람의 무게라 그런지 속도가 쉽게 줄지 않아 볏단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서 소라를 봤다.
“괜찮아?” “응. 괜찮아.” 나는 소라 머리에 묻은 볏짚을 털어 냈다. 뒤에서 양춘이의 음률을 섞어 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율무와 소라는 좋아한대요.” 아, 저 멍청한 새끼.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마리오네트 춤을 추는 양춘이의 뒤에서 서슬 퍼런 눈으로 지켜보는 미애.
쟤는 왜 저럴까? 저게 말리는 시누이의 눈빛일까?

미애가 다가와 핀잔을 줬다.
“너는 뭘 같이 타냐? 아기도 아니고.” “소라가 처음 타서 그런 거야.” “이게 뭐가 어렵다고.” “나도 혼자 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미애의 사나움에 기가 눌린 소라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나는 미애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는 말을 너무 심하게 해.” “내가 뭐. 여기 여섯 살도 탄다. 어려운 게 아니잖아.” 그건 맞는 말이었다. 또 내 말문을 막는 저 기지배. 아주 미워 죽겠다.
나는 소라를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세이프파워볼
파워볼실시간 출발 지점에 도착해서 설명했다.
“밑에 마지막 나무 보이지?” “응.”
“그곳에서 다리를 바닥에 대고 속도를 줄여야 해. 그리고 몸을 뒤로 눕히면 속도가 빨라지니까 앞으로 숙여.” “응.”
대답은 했지만 소라는 아직도 무서운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별거 아냐. 용기를 가지면 돼.” “알았어.” 나는 걱정스럽게 소라를 바라봤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발을 앞으로 옮기자 조금씩 밑으로 내려갔다. 내가 말한 대로 상체를 앞으로 숙여 빨리 내려가지는 않았다. 마지막 나무 앞에서 발을 바닥에 대고 속도가 줄었다. 볏단 앞에 무사히 멈췄다.
옳거니!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본 미애가 뒤에서 신경질적인 말투로 말했다.
“비켜! 나 탈 거야.” “알았어.” 미애는 등을 완전히 젖히면서 내려갔다.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밑에서 바라보던 아이들의 입이 쫙 벌어지며 감탄을 표했다. 볏단을 뚫고 들어간 미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잘난 척하더니 꼴좋다.” “미애랑 친하게 지냐.” “됐어. 나는 쟤 싫어.” “쟈는 니 좋아하는 것 같은디.” “됐다니까.” 나는 영태의 비료 포대를 뺏어 타고 내려갔다. 미애에게 지고 싶지 않아 등을 바닥에 닿듯이 젖히고 손잡이를 위로 당겼다. 강렬한 바람이 스치며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주위에 지나가는 풍경은 순식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을 쫙 벌리며 환호성을 지르다 볏짚이 입에 왕창 들어갔다.
아, 브레이크.

볏단을 헤치고 나오자 미애가 가련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너는 내가 아니었으면 죽었어. 내가 볏단 만들지 않았으면 벽에 부딪혔어.” 또 맞는 말이었다. 볏단을 삼중으로 쌓아 놨기 때문에 간신히 멈췄다. 없었다면 아마 돌담에 머리를 박고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고맙다고 하기는 싫었다.
“토끼 잡으러 가자.” 미애는 내가 반격의 말을 준비하는데 훅 들어왔다.
“토끼?” “눈이 왔으니까 잡으러 가야지.” 미애가 직전에 한 말은 기억나지 않았다. 소라도 재미를 느낄 것 같아 괜찮은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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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능주야, 영태야, 양춘아, 경호야! 산토끼 잡으러 가자.” “그려! 가자!” 산토끼는 눈이 오는 날에 잡기가 쉬웠다. 발자국을 남기기도 하지만 토끼의 짧은 다리로는 눈밭을 빠르게 뛸 수 없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산 위에서 몰이하면서 토끼를 발견하면 쫓아가서 나뭇가지로 때려잡거나 아니면 귀를 낚아채면 된다.
옆에 다가온 소라가 물었다.
“토끼를 잡아?” “산토끼를 잡는 거야. 눈이 오면 빨리 못 도망치거든. 산 밑에서 위로는 빨리 올라가지만 위에서 밑으로는 빨리 못 뛰어.” “그렇구나. 잡아서 뭐 해?” “고기는 먹고, 털은 모자나 귀마개를 만들지.” “진짜? 토끼를 먹어?” “맛있어.” 토끼 고기는 맛있었다. 볶음탕처럼 끓여 내면 닭고기보다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았다. 빨리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
“같이 가자.” “응. 할머니가 한 말 기억나지?” “걱정하지 마. 나랑 같이 있으면 안전해.” 나는 우쭐했다. 소라가 나에게 의지하는 게 기분이 좋았다.
산 능선을 따라 올라갔다. 눈이 계속 내리고 있어 발이 푹푹 빠졌다. 미애는 씩씩하게 앞에서 길을 내면서 올라갔다.


“미애는 씩씩하다.” “왈가닥이야. 나 빼고 여기 남자애들 다 이겨.” “너는 못 이겨?” “나를 이길 수는 없지.” 여자랑 싸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미애랑 싸운 애들은 많았다. 결과는 모두 얻어터졌다. 영태는 논두렁에 자빠졌고, 능주는 금강의 물을 마셨다.
솔직히 나도 좀 미애가 무섭긴 했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날 괴롭히면 싸울 날이 있을 것도 같았다.
뒤에서 따라오는 소라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실시간파워볼 창백해진 얼굴에 마른 입술이 힘겨워 보였다.
“힘들어?” “조금.” “여기서 쉬고 있어.” 나는 앞서 올라간 양춘이를 불렀다.
“양춘아, 위에서 몰아. 나는 여기서 잡을게.” “그려.” 정상 부근에 가깝게 도착한 양춘이와 미애는 아래를 보고 손짓했다. 몰이를 시작하겠다는 신호였다. 능주와 경호는 막대기를 들고 그 아래에서 준비했다.
양춘이는 막대기로 나무를 치며 내려왔고, 미애는 “워~ 워~” 소리를 내며 나무를 발로 찼다. 이제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산토끼가 놀라 아래로 도망칠 것이다.
“율무야, 저기!” 소라의 목소리를 듣고 앞을 보자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온 토끼가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능주가 보고 몸을 날렸으나 벗어났고, 경호가 막대기를 던졌으나 살짝 빗나갔다. 위에서 미애가 가파른 길을 뛰어 내려왔다.
“잡아!” 눈에 쌍심지를 켜서 불타오르는 열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푹푹 빠지는 눈을 거침없이 내려오며 내가 있는 곳과 가까워졌다.
토끼는 나를 보고 방향을 틀어 옆으로 움직였다. 쫓아가자 힘들었는지 그루터기 뒤에 숨었다. 토끼의 저질 체력. 이제 더는 도망갈 수 없다.
잡는 건 시간문제였다. 천천히 다가가서 잡으려고 하는데.
홱―

미애가 토끼 귀를 잡아채서 올렸다.
“뭐야?” “내가 잡았다.” “도망칠까 봐 내가 소리 없이 가고 있었단 말이야.” “먼저 잡으면 임자야. 어떡하냐, 아쉬워서?” 미애는 입술을 빼쭉 내밀고 볼을 옆으로 흔들었다.
놀리니 약이 올랐다. 토끼 잡는 걸 소라에게 보여 주고 싶었는데.
그 뒤로도 몇 번 시도했지만 토끼는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소라를 생각하면 추운 산속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오늘은 이만 가자!” “인쟈 시작인디?”EOS파워볼 “빨리 가자. 여기에는 없어.” 능주와 영태는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으나 내 말을 따랐다.
나는 소라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져 걱정됐다.
“어디 아파?” “아니야. 조금 추워.” “빨리 가야겠다.” 산에서 내려오자 미애는 우쭐댔다.
“토끼 고기 먹고 싶으면 우리 집으로 와.” “한 마리로 뭘 먹냐? 껌 씹은 기분이겠다.” “싫으면 말고.” 미애는 엉덩이를 흔들며 사라졌다. 나쁜 기지배. 끝까지 약 올린다.
나는 소라가 걱정됐다.
“감기 걸린 거 아냐?” “괜찮아. 집에 가서 쉬면 돼.” 나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소라를 집까지 바래다줬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 더욱 걱정됐다.
“진짜 괜찮은 거야?” “괜찮을 거야.” 소라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불행하게도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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